매일신문

중이염, 만만하게 보다가는 난청·합병증 고생한다

중이염은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난청이 올 수도 있다.
중이염은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난청이 올 수도 있다.

지난달 27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 정모(21) 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중이염을 앓는 정 씨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훈련소 쪽에서 묵살해 벌어진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입대한 정 씨는 사격훈련 뒤 오른쪽 귀에 통증을 호소, 10차례 진료를 받은 뒤 항생제, 해열제 등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 씨는 치료약을 거의 먹지 않은 채 자기 관물대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소 면담 기록에는 '사실상 중이염이라 보기 힘드나 본인이 아프다고 하니 중이염으로 판정함-군의관'이라고 남아있다. 자살까지 몰고간 고통스러운 병이 중이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급성 중이염은 1, 2주면 완치되는 질환인데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격훈련 후에 발생했다는 점으로 미뤄 중이염이 아니라 음향외상에 의한 소음성 난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연 중이염은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적절한 치료 없으면 난청 올 수도

중이염은 귀의 구조 중 소리를 전달하는 경로인 고막과 가운데 귀(중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어릴 때부터 흔히 경험하는 질환이며, 성인이 된 뒤에도 적절히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난청을 초래할 수도 있다. 흔히 발생하는 중이염을 크게 구분하자면, 급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만성 중이염, 진주종성 중이염 등 4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간혹 '수영하다가 물이 들어가서 중이염이 생긴 것 같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귀의 가장 바깥쪽은 외이, 가장 안쪽은 내이이며, 가운데 중이가 있다. 외이와 중이의 경계에 고막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귀로 물이 들어가도 중이로 넘어가는 일은 없다. 따라서 수영 때문에 중이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이염을 비롯한 귀, 코, 목 등에 염증성 질환이 생겼을 때 수영을 하면 중이의 압력에 변화가 생겨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아울러 고막에 구멍이 생긴 만성 중이염의 경우, 자칫 오염된 물이 중이로 흘러들어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급성 및 만성 중이염은 치료 어렵지 않아

급성 중이염은 중이내의 급성 감염으로 갑작스런 귀의 통증이나 발열 등이 생기는 것. 성인에게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주로 어린이에게 발병한다. 이유는 소아의 면역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고, 자주 감기에 걸리며,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통 감기 중에 갑작스럽게 귀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울고 보채며 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부모는 놀래서 밤에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뛰어가기도 한다. 조금 지나면 귀에서 피나 진물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치료는 아주 심한 통증과 38.5℃ 이상의 고열이 동반되면 5~10일 정도 항생제를 투여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개 항생제 투여 없이 해열제나 동반된 감기 치료만으로도 완치된다. 실제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질환이다.

만성 중이염은 여러 원인으로 고막에 구멍이 생겨 중이가 직접 외부와 연결되는 상태, 즉 뚫린 고막이 막히지 않고 만성적으로 남아있는 경우다. 고막이 일부 없기 때문에 소리 전달이 잘 안 돼 난청이 발생하며 진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다. 수술 시 염증이 있으면 제거하고, 뚫어진 고막은 환자 자신의 조직으로 재생시켜 청력 회복을 돕는다. 수술법도 많이 개선되었고 성공률도 높아져 큰 걱정 없이 수술 받아도 되는 질환이다.

◆항생제 남용이 우려되는 삼출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은 중이 내에 삼출액(주위 조직에서 스며 나오거나 분비된 액체)을 동반하는 염증이다. 역시 소아에게 흔하며, 급성 증상이나 고막 파열이 없다. 감기 치료 중 발견되기도 하고, 부모가 아이가 잘 못 듣는 것 같다며 진료를 원해서 발견되는 사례가 흔하다. 어른들에게도 자주 발견된다. 대개 귀가 멍멍하고 자기 말이 울리며, 잘 안 들린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 질환은 소아에서 항생제 남용이 우려되는 질환이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 학회에서는 '한국형 유소아 삼출성 중이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삼출성 중이염은 특별히 몸의 다른 문제가 있는 고위험군을 제외하고는 항생제 치료가 전혀 필요치 않다는 것. 먼저 삼출성 중이염이 발견되면 최소 3개월간 정기적인 경과 관찰만 하라는 것이다.

만약 중간에 중이염이 사라지면 문제가 없고, 3개월 이후에도 중이염이 지속되면 청력검사를 실시한다. 청력에 큰 문제가 없으면 다시 3개월 관찰을 권한다. 청력이 양쪽 모두 40dB 이하(이 정도면 부모들은 "우리 아기가 정말 못 들어요"라고 호소한다)로 떨어지면, 의학적 상황이나 발달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중이 환기관 삽입술)이나 정기적 추적 관찰 중 하나를 택한다.

즉 매우 특별한 경우 외에 항생제 치료 등은 불필요하며 심한 난청이 없는 경우 끝까지 관찰만 하자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선 곤란하다. 성인에게 발생하는 삼출성 중이염은 오히려 조기 수술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합병증 초래하는 진주종성 중이염

진주종성 중이염은 고막이나 외이도의 피부가 고막 안쪽으로 자라 들어가는 경우다. 주머니처럼 자라 들어간 피부에 하얀 색깔의 각질이 쌓여서 마치 진주색과 같이 보여 진주종이라고 이름 붙였다. 과거엔 증상이 종양처럼 뼈를 녹이거나 파고 들어가 종양의 일종으로 생각했지만 종양은 아니며, 염증성 질환으로 판명됐다. 난청과 진물, 귀의 악취 등을 호소한다.

진주종성 중이염은 여러 합병증(안면신경 마비, 내이염, 뇌막염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반드시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 하는 중이염 중 하나다. 최근 위생에 대한 관심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며 만성 중이염과 진주종성 중이염은 발병 빈도가 줄었고, 수술사례도 급격히 감소세다. 반면 삼출성 중이염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불필요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중앙이비인후과 원장 박재율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