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술을 처음으로 접해 보는 학생들에게 논술 문제를 풀어보게 해보면 대부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능 문제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은 던져진 논제를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문제를 본 학생들은 더욱더 그러하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결과 위주의 학습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습관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과학 논술에서 출제되는 과정 중심의 논제에 접근하기 어렵다. 과학 논술에서의 문제 제기 방식과 논제 분석에 대한 연습을 통해 대비 요령을 찾아보자.
우선 과학 논술에서 출제되는 논제는 대부분 제시문의 내용을 근거로 추론하거나 설명하는 것들이다. 2010년 한양대 수시 논술 논제 3-(1)은 제시문 에 근거하여 계면활성제 분자들을 제시문 의 구-막대 분자 모형으로 모델화할 수 있는 근거를 추론하라는 것이다. 2010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 [문항 2] 논제 2에서도 이산화탄소와 온도의 증가가 육상에서 폐호흡을 하는 정온동물과 수중에서 아가미호흡을 하는 변온동물의 호흡 가스 교환 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추론하라고 한다. 따라서 과학 논술은 결과보다는 원리나 과정 중심의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
과학 논술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실험을 설계하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문에 근거하여 제시하도록 하는 것들도 많다. 2010학년도 한양대 수시 논술 논제 4-(2)에는 제시문 에 의하여 테트로도톡신은 세포를 죽이지 않으나, 개체는 복어 독에 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그 이유를 추론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현재 가능한 치료법을 제시하라고 하고 있으며 현재 테트로도톡신에 대한 해독제는 개발되지 않았다라는 조건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제시문에 여러 개의 논제가 제시되거나 하나의 논제에 다시 세부 논제들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여러 개로 구성된 논제들은 대부분 출제자의 출제 의도에 따라 서로 연계되어 있으며 출제자가 이끌어내고자 하는 최종의 개념을 학생들이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순서대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개의 논제가 주어졌을 때에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하며 앞뒤 논제 간의 상호 연관성을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2010학년도 경희대 수시 논술 자연계Ⅱ의 (2)번 문제는 육상선수가 100m를 10초 동안 달렸을 때의 유산소 호흡과 무산소 호흡의 비를 추정하라고 묻고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제시문에서 출제자가 제시한 단서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1)번 문제의 글리코겐의 공급이 제한된 조건에서 혈액 내 포도당의 농도 변화를 알아야 하며 (1)번의 답을 근거로 (2)번을 풀어나가야 한다.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논술 논제 5번 또한 (a)와 (b)의 두 세부 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a)에서 기관 정체성 유전자 A, B, C, D에 의해 야생형 식물체 꽃의 각 영역에 꽃 기관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알아야 (b)에서 돌연변이 식물체의 꽃에서 각 영역에 어떤 기관들이 생성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가 있다.
논제에도 출제자가 숨겨 놓은 답이 있다. 2010학년도 연세대 수시 논술 [문제 3]의 논제 [3-3]에서는 식물세포에서 막전위와 K+의 흡수 원리를 묻고 있다. 제시문에는 네른스트 방정식과 함께 식물에는 동물의 Na+-K+펌프와 같은 H+펌프가 있으며 K+의 흡수 과정에는 직접 능동 수송체를 통해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제시문뿐만 아니라 논제에도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적인 문구가 쓰여 있다. 논제의 두 번째 줄에 식물에서 K+의 흡수에 뿌리 세포는 간접적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출제자는 제시문에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논제 안에도 그것을 설명하면서 결정적인 단서를 많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학생들은 논제를 명확히 분석하여 출제자가 제공하고 있는 해법의 단서를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임흥수(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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