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젊은이들을 잡지 않는 대구?

대구의 젊은이들이 도시를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대구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대 인구는 2006년 38만3천700여 명에서 지난해 34만1천300여 명으로 11%가 줄었고 30대 인구는 같은 기간에 43만4천600여 명에서 39만5천400여 명으로 9%가 감소했다. 특히 30대는 2000~2005년 사이 5년 동안 2만4천900여 명이 대구를 빠져나갔는데, 2000~2010년 사이엔 3만9천100여 명으로 젊은층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구의 젊은이들이 수도권 등지로 떠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를 손 놓고 지켜보고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그나마 대구 인근의 중소도시에서 젊은이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그들도 대구를 더 이상 '지방의 기둥'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KTX 확대 등으로 요즘 '기회의 땅'으로 뜨고 있는 충청권이나 서울을 더 찾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향후 20~30년 후에는 경북의 중소도시 몰락은 물론 대구 등의 지방 대도시의 운명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십수 년째 대구를 떠나는 젊은층의 발길을 잡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무성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지역의 지도층들이 내세우고 실행한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몇 년 전 졸업을 앞둔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물어봤다. 대구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운지?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불행하다'고 대답했다. 그들이 대구를 자랑스럽지 않게 생각한 이유는 좋은 일자리, 좋은 정보, 좋은 네트워크 등의 부재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 젊은이들이 대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하나 없는 유일한 대도시라는 점에서 나타난다. 이를 의식하듯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해 연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1년은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최소 3개 이상의 대기업 유치가 거의 성사단계에 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1년여 넘게 공을 들여온 삼성의 바이오사업 투자가 최근 인천행으로 결정됐다. 앞서 3개월 전에는 SK케미칼의 유치에도 똑같이 곱씹었던 터여서 충격은 더 클 듯 싶다. 지역 한 교수는 "대구시는 말로만 일단 떠들고 본다. 이후엔 '우리가 남이가' 식의 연줄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당신들이 왜 대구에 와야 하는지, 대구에 오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벙어리가 된다. 기업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윤 창출인데, 정부의 힘과 연줄에만 기대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감이 입속에 들어갈지 기다리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대기업 유치가 힘에 부치면 지역에서 열심히 희망을 쌓고 있는 기존 기업의 지원과 육성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성서산단 현장에만 가봐도 해답은 나온다.

최근 3년 동안 대구의 거시경제 지표는 많이 좋아졌고,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역의 주력인 자동차부품 및 메카트로닉스는 물론 섬유 및 염색 분야의 매출 실적이 좋아진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 근로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성서산단에 소재한 한 섬유업체 근로자는 "최근 일감이 늘어나 정신없이 일하는 것은 좋은데 10년 전이나 봉급 수준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분명 회사 매출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근로자의 삶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업계 한 관계자는 "활황은 맞는데 수익의 대부분이 오너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장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닐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복지와 두둑한 월급 등에 쓴다면 과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날까?"라고 반문했다.

경북 북부의 한 중소도시는 몇 년째 아기의 울음소리가 멈췄다고 한다. 그랬던 이 도시에서 얼마 전 베트남에서 맞이한 새색시가 아이를 낳자 군수가 직접 방문해 출산장려금을 주면서 기뻐했던 일이 신문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젊은이가 빠져나간 농촌이 몰락하듯 청년층이 빠져나가는 도시는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대구도 갓난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시장이 버선발로 달려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말로만 허황된 것을 좇을게 아니라 안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노력부터 해야할 것이다. 그래야 10년 후에도 대구에 희망이 송글송글 맺혀 있을 것이다.

정욱진기자(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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