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과 생활] 건축물의 높이제한 완화

건축사가 건축주의 요구로 건축물을 설계할 때 여러 가지 고려 조건이 많다. 우선 현행 법규와 조례에 맞게 건축 가능한 높이를 결정하게 되는데 주거지역 내에서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제한에 관한 규정 외에도 또 하나의 높이 제한 규정을 고려한다. 통칭하여 도로에 의한 높이 제한(이하 높이제한) 규정이다.

높이제한 규정은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상업지역, 공업지역 등 모든 지역에서 적용받는 규정이며 부지가 접하고 있는 도로의 너비와 길이에 의해 건축 가능한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실제 도심지 상업지역 내의 인접부지라 하더라도 높이의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어 스카이라인의 형성이나 도시 경관의 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들이 도로변에서는 낮고 뒤로 갈수록,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지는 비정상적인 형태를 나타내게 되어 톱니 모양의 들쑥날쑥한 스카이라인으로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토지이용계획이라는 측면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는 현행 건축법에서 전면도로 폭의 1.5배까지의 높이로만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지금까지 시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폐단을 해결하고자 건축법 제60조에서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를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완화하고 있는 만큼, 입법 취지에 맞게 하루빨리 조례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거지역 내에서 주거용 건축물의 일조나 채광 및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높이제한에 대한 규정들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조건에서의 높이제한 규제는 취지와 의미가 21세기 시대적인 여건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존재 자체도 설득력이 떨어지며, 건축사의 창작의도와 건축주의 투자의지에 반해 처음부터 너무 많은 제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건축 후에도 민망하게 일그러진 기형적인 건축물들과 천편일률적인 규모의 건축물들을 양산하도록 유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실 건축물의 높이제한은 접하고 있는 도로 너비에 의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건폐율 내에서 용적률에 의한 밀도 규제만으로도 그 효과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급적 건폐율을 줄여서 비어 있는 외부공간이 더 많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조망이나 일조, 조경, 통풍 등에도 훨씬 유리하다. 또한 OECD 국가 중 최고로 도시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현실 여건에도 알맞은 올바른 선택이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배려인 것이다.

일례로 가로구역별 높이제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부산 해운대 일대의 경우는 훌륭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으며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의 높이제한 완화 움직임도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다른 거대 도시들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건축물 높이에 대한 더 큰 안목과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정건사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최 명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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