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자스민 향기와 사과 향기

지금 전 세계 언론을 달구고 있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재스민(Jasmine) 혁명'이다. 향기로운 꽃인 재스민을 국화(國花)로 하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한 노점상의 자살로 시작된 재스민 향기가 핏빛 혁명으로 바뀌어 이집트, 리비아를 거쳐 중동을 넘었다. 브라질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면서 태풍이 되는 것처럼 튀니지에서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재스민 혁명'이 이젠 인도양을 건너 동아시아까지 흘러들어 중국과 북한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재스민 혁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번 재스민 혁명은 민주화 열망이 터져 나온 '정치 혁명'이라기보다는 못사는 나라의 '음식(food) 혁명'이다. 독재자가 가져온 경제 실패에 대해 먹고살기 어려운, 배고픈 나라 사람들이 배고픔을 참다못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음식 혁명'의 배경에는 미국의 버냉키가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행한 엄청난 달러가 곡물시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마침 작황 부진에 공급마저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곡물가격이 잇따라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엥겔계수가 높은, 1인당 국민소득 4천달러 이하의 저소득국가들에는 치명타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중국, 북한이 모두 해당된다. 13억 개의 입을 가진 중국이 지금 전 세계에서 물가 때문에 가장 고민하는 나라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바로 먹을거리 가격의 폭등 때문이다.

먹는 것은 핵무기보다도 무섭다. 산업혁명 이전 농업사회에서 인류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먹는 것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맬서스의 인구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공업화가 이루어진 지금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급 과잉에 시달린다. 그러나 21세기에도 분배가 제대로 안 된 저소득국가는 '맬서스의 저주'가 남아 있다.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재스민 혁명의 불똥이 석유시장과 주식시장으로 튀었다.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중동으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자 석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200달러를 예상하는 예측 기관도 나오고 있다. 중동의 불안정에 전 세계 주식도 떨어졌다.

그러나 거래소가 무너져도 살아남는 주식이 있다. 석유가격의 급등에 태양광, 풍력발전과 같은 신에너지 업종의 주가가 올랐다. 미국이 풀어놓은 돈들이 곡물시장과 에너지시장으로 가자 대체에너지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석유가격의 상승은 필연적으로 대체 에너지 개발을 가속화시킨다. 지구촌 이상기온은 서방의 공업화 과정에서 사용한 화석연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주범이다.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돼버린 중국은 지금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국운을 걸었다. 세계 최대의 태양광 장비 공급국이 중국이고, 지난해 세계 최대의 풍력설비 투자국도 중국이었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과 풍력장비 시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사과의 고장'이다. 양지바른 경사지, 태양의 일조량이 사과의 당도와 향기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다. 이를 21세기 대체 에너지 용어로 표현하면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라는 말이 된다. 대구경북이 섬유, IT 다음의 먹을거리 산업으로 태양광발전과 태양광장비의 메카를 꿈꾼다면 너무 허황한가?

사과꽃 향기 넘치는 소백산맥의 남쪽 자락 전체를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 단지와 장비 공급지로 만들 수도 있다. 태양광의 핵심 소재를 만드는 공정은 반도체와 액정을 만드는 공정과 유사하다. 반도체와 액정을 만드는 공단을 운영해 본 경험이 대구경북에는 있다. 입지조건의 어려움을 얘기하지만, 기술이 있다면 가능하다.

좋은 예가 '무석'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3, 4시간 가면 되는 곳에 자리 잡고 있고,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함께 중국 최대의 태양광모듈 회사인 선텍(Suntech)이 있는 곳이다. 호주에서 태양광 기술을 공부한 창업자가 중국 정부의 화끈한 지원으로 세계 1위의 태양광장비 회사를 만든 곳이다. 두바이는 황량한 사막에서 국제적인 금융과 관광, 부동산산업을 만들어냈다. 두바이의 기적을, 무석의 기적을 대구경북에서 태양광으로 일으킬 리더와 기업은 없을까? 소백산맥 모든 자락에서 피는 사과꽃이 21세기 에너지의 꽃인 태양광으로 피어나면 대구경북은 진정 대박이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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