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대구은행 '친절왕' 송길호 씨

4년간 고객만족상 9번…단골 어르신들 "우리 송 계장 어딨어"

대구은행 중구청지점 경비원 송길호 씨가 현관문을 열며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은행 중구청지점 경비원 송길호 씨가 현관문을 열며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녕히 가십시오." "또 오십시오."

오후 1시, 대구은행 중구청지점은 하루 중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은행 업무를 보려는 객장 출입고객들로 가장 붐빌 때다. 은행 출입구는 중구청 민원실 출입구와 맞닿아 있어 더욱 혼잡했다. 이들 사이에서 산뜻한 제복차림의 경비원 송길호(37) 씨가 날렵한 몸가짐과 잰걸음, '솔' 톤의 정확한 발음으로 은행 손님을 맞고 있다. 송 씨는 2007년 1월 용역회사에서 파견한 경비원으로 대구은행 중구청지점과 인연을 맺은 후 3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정식 직원이 됐다.

"처음 아무것도 모를 땐 '열심히 한 번 해보자'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보자'는 두 가지 생각만 갖고 근무에 임했습니다. 은행 업무는 더군다나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만 열심히 했고 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퇴근시간을 늦춰가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송 씨는 직원들과 친해지면서 동료로서 한몫을 담당하고픈 마음에 객장 안내와 은행 일을 스스로 찾아서 알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6개월. 송 씨는 '고객만족도 전화조사'(CSI)에서 첫 고객 만족상을 수상했다. 그의 친절에 감동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까지 고객만족상 7회, '영업점 모니터 조사'(SMS) 우수상 2회 수상 등 임직원 및 경비직원을 포함한 대구은행 3천500여 직원들 중 '최고 친절왕'에 올랐다.

"객장 안내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서 '일을 즐기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손님을 안내하는 것도,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즐겼어요. 그러자 그분들을 도와주는 게 즐거워졌습니다."

송 씨는 그러는 사이 자신의 모습도 밝고 환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약속시간 40분 전부터 몰래 지켜본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친절을 위한 친절'이 아닌 '즐기는 친절'을 베푸는 모습이었다.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은행 문을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다가가 도움을 줬고, 현금 인출기(ATM) 사용이 서툰 손님들의 통장을 직접 받아들고 자세한 사용과 함께 입·출금 일을 도왔다. 창구가 밀리면 텔러(Teller) 대신 필요한 용무를 물어 즉석에서 서식 등 필요한 양식을 대필하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이 급하게 필요한 잔돈 교환도 그의 몫이었다.

이미 송 씨의 친절에 익숙한 단골 어르신들은 은행에 들어서면서 '송 계장'부터 찾았다. 대구은행 중구청지점 어르신 손님들은 그를 '우리 송 계장'이라고 부른다. 아예 은행에 들어오면 통장을 그에게 주며 찾는 액수만 말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보통의 신뢰로 이렇게 될까. 이렇게 돕다 보니 송 씨가 기억하는 어르신의 이름만도 약 1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손님이 뜸한 시간엔 은행 도어맨이 되고, 중구청 민원실에 들렀던 고객이 은행에서 주차권 확인도장을 요청할 때는 확인도장 서비스맨이 됐다. 이런 그를 두고 중구청지점장은 '우리 지점의 보배'라고 치켜세웠다.

"한번은 홀몸노인을 돌보던 친척이 할머니 통장에서 돈을 빼려는 걸 보고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그런 일 없다'고 해서 확인을 하던 중 그 친척이 사라진 적도 있습니다."

은행이 문을 여는 오전 9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4시까지 대구은행 중구청지점을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약 450여 명. 이들에게 이미 송 씨는 가족 같은 신뢰를 얻고 있다.

"올해엔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설정해 그 목표를 향해 언제나처럼 열심히, 즐겁게 나아가겠습니다."

송 씨의 올 목표는 대구은행이 매년 한 차례 전 직원 중 단 2명만을 뽑아 수여하는 'CS스타', 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