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화양읍 진라리 한 미나리 하우스에 가면 낫을 잡는 틈틈이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농부를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미나리와 감 농사를 짓는 장병기(54) 씨. 억척농부인데다 노래가 곧 생활이어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6천600㎡(2천여 평)의 미나리 밭에 들어서면 입구 한쪽에 악기와 앰프가 자리 잡고 있다.
"젊을 때부터 노래가 너무 좋았어요. 요즘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서 혼자 노래하는 재미는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습니다."
고품질 농사를 항상 연구하면서도 즐겁게 농사를 짓겠다는 장 씨는 이른바 농사에 펀(Fun)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박자와 음정의 정확도를 지키는 그의 노래는 구수하면서도 신명과 열정이 넘친다. 주변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노래는 밤낮을 구분하지 않는다. 외우는 가사만도 100여 곡에 달한다.
자칭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는다'는 장 씨의 18번 곡은 나훈아의 '홍시'. 노래를 좋아하는 그로서는 지역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단번에 달려가 무대에 오른다. 다만 노래자랑대회 지역 예선은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겸연쩍어 한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농사에도 빈틈이 없다. 장 씨는 "미나리철과 감철이 되면 어김없이 소비자들이 찾아온다. 우리 집 수확제품은 집에 가져가서 밥상에 오를 때까지 책임을 지고 있어 입소문으로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감농사의 경우 감을 따주면 소비자들이 직접 곶감 만들듯이 제품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감 소비자가 미나리 소비자로 다시 찾아주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의 희망사항은 단골 고객들 앞에서 공연을 갖는 것이다. 장 씨는 "미나리 수확 때문에 연습시간이 부족한 게 아쉽지만 그래도 농사일이 전혀 힘드는 게 없다"며 활짝 웃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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