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49)현대해상화재보험 경산지점 영업팀 욱수할매묵집 성암점

팀원을 가족으로 만드는 회식 메뉴 "메밀~묵~"

시곗바늘을 쫓아 팽팽하게 돌아가는 도심의 일상, 빠름만 추구하는 세상살이에서 가끔 편안한 쉼이 그립다. 우리의 삶도, 먹을거리도 모두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은 '웰빙음식'이 대세다.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싫증나지 않는 어머니의 손맛이기 때문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 경산지점 영업팀은 '묵채밥'을 즐긴다. 온종일 고객들을 만나야 하는 영업직의 특성상 식사는 거의 매일 외식이다. 그래서 맛있는 집의 명단은 훤히 꿰고 있다. 음식 맛 평가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입맛이 까다로울 듯한데도 이들은 단합대회를 할 때면 경산시 사정동 '욱수할매묵집' 성암점을 즐겨 찾는다. 소용조(45) 지점장은 "뭘 먹을까? 고민할 때는 무조건 욱수할매묵집 성암점으로 간다"며 "묵은 최고의 웰빙음식인데다 가격도 부담이 없어 직원들이 한결같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밤에는 "메~밀 무~욱! 찹~쌀 떠~억!" 하는 정겨운 목소리가 있었다. 겨울밤은 길고 길었다. 먹을거리가 별로 없어 늘 저녁밥을 시원찮게 때웠던 시절이다. 배가 출출해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던 때, 멀리서 들려오는 메밀묵 장수의 목소리는 애환이 담겨져 있었다. 정겹기도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입이 궁금(?)해져서 유혹을 참아내기 정말 힘들었다. 부를까 말까? 망설이다 보면 이내 그 목소리는 멀어져 갔다.

메밀묵은 전통음식이다. 메밀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서 쑤어내고, 하룻밤을 식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특히 "먹는 만큼 살이 빠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천연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1960, 7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에는 구황음식이었던 메밀묵이 이젠 당당한 전통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동순(51) 대리점 대표는 "예전에 어르신들이 '메밀묵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밤에 먹는 맛이 최고'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추운날 뜨끈한 국물에 말아 먹는 묵채밥은 겨울철 최고의 별미"라고 추천한다. 또 김영순(50) 영업팀장은 "묵은 다이어트에도 좋아 이젠 사시사철 즐기는 웰빙음식"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욱수할매묵집 성암점의 묵채밥은 메밀묵밥이다. 흰 사발에 묵채를 푸짐하게 담아낸다. 수북하게 채쳐 놓은 메밀묵 위에 묵은 김치를 채 썰어 고명으로 얹고, 김 가루와 깨소금을 듬뿍 뿌렸다. 묵채밥에 얹어 먹는 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은 김장김치를 쓴다. 구수한 국물을 넉넉히 붓는다. 푸짐하면서도 먹음직스럽다. 급한 맘에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후루룩 국물부터 맛 본다. 입안에 감도는 맛이 오래전부터 먹어온 음식처럼 정겹다. 묵은 김장김치가 살근살근 씹히는가 싶더니 묵은 언제 넘어갔는지 벌써 입안에 없다. 부드럽고 간간한 맛에 이끌려 입안에는 소박한 잔치가 벌어진다. 그래도 체할 염려는 전혀 없다.

메밀묵 맛은 뭐니 뭐니 해도 국물과 양념장 맛이 좋아야 한다. 욱수할매묵집 성암점 정지균(53) 사장은 "맛국물은 다시마와 밴댕이, 각종 버섯을 우려내 맛을 낸다"고 살짝 귀띔한다. 특히 정 사장은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 식당 한쪽에서 청국장과 손두부까지 직접 마련한다.

음식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지현성(41) 대리점 대표는 "묵채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막걸리와 두부김치로 입맛을 돋워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 집은 묵집이지만, 주인장이 직접 만든 청국장과 손두부도 정말 인기 있는 웰빙음식"이라고 추천한다. 현대해상에 입사하기 전 음식점을 경영한 경력이 있는 성백하(41) 영업팀장은 "묵채밥은 숙취 해소에도 정말 좋다"며 "웰빙음식이기 때문에 젊은층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평가한다.

묵채와 함께 조밥이 나온다. 노란 차조밥이다. 묵채밥으로 이미 배는 부른데 차조밥에 욕심이 난다. 묵채밥 국물에 만 차조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지고 고소하다. 매끄러운 묵과 혀끝에 깔깔한 맛이 감도는 차조밥은 환상의 조합이다.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깔끔한 뒷맛이 좋다. 정은숙(42) 영업팀장은 "이집에 오면 마치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음식 맛을 느낀다"고 말한다.

욱수할매묵집 성암점에서 인기있는 음식은 또 있다. 단골손님들은 청국장과 손두부를 추가로 주문한다. 묵채밥만 먹고 가기에는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묵채밥과 순두부 백반, 옛날 순두부, 직접 만든 청국장 등은 5천원씩이다. 메밀묵 무침은 8천원, 두부전골은 1만5천원과 2만원 두 종류가 있다. 이외에도 해물파전, 부추전 등 안주거리가 푸짐하다. 예약은 053)795-0488.

##추천메뉴-두부전골

경산시 사정동 욱수할매묵집 성암점에 오는 손님은 한결같이 웰빙음식 마니아들이다. 흙맛이 묻어나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묵채밥도 즐기고, 이집 주인이 손수 만드는 손두부와 청국장도 인기다.

오늘의 추천메뉴는 두부전골이다. 큼지막한 냄비에 각종 야채와 버섯 위에 우유 빛깔의 두부가 푸짐하게 쌓여 있다. 두부뿐 아니다. 그 위에 대하 6마리가 턱 버티고 있다. 10분쯤 가열하니 구수한 국물이 퍼진다. 국물은 묵채밥에 사용하는 맛국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푹 끓인 후 국물맛을 보니, 해물맛이 진하다. 두부 속을 살며시 파헤쳐 보니 새우와 낙지, 조개, 소라 등 각종 해물이 숨어 있다. 어쩐지 국물맛이 진하고 시원하다 싶었다. 해물과 어우러진 두부는 한없이 부드럽고 구수해 입맛을 당긴다. 저녁에 반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

이홍섭기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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