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예능인 강호동

식상(食傷)이 강한, 변신(變身)의 귀재(鬼才)

때에 맞는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대명절의 풍경은 1980년대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명절이 아니라면 언제 온 친척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어떤 화젯거리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가 막막하다. 몇 차례의 안부인사가 끝나면 금세 서먹해진다. 그러다 보니 입시, 취업, 결혼 같은 민감한 주제로 말문을 터서 본의 아니게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이 왕왕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서먹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고 대화에 생기를 주는 것이 있었다. 바로 TV에서 방영되는 명절특선 프로그램이었다. 1980, 90년대 브라운관을 주름잡던 명절의 인기스타는 단연 민속씨름대회에 출전하는 우람한 체격의 씨름선수들이었다. 연예인 중에서도 유달리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듯이, 씨름판에서도 그러한 스타가 있었다. 바로 전 연령층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강호동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는 씨름선수, 개그맨, MC라는 세 가지 부문에서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는, 그야말로 '만능인'이다.

특히 예능인으로서의 강호동의 진면목은 MC분야에서 드러난다. 전직 씨름선수다운 힘 있는 말과 직설적인 화법, 재치와 순발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스타일대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만, 그는 MC라는 위치에 맞게 자신보다는 다른 출연자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력한다. '1박 2일'에서는 맏형으로서 동료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살려주고, '무릎팍 도사'에서는 한 명의 게스트를 위한 충실한 인터뷰로, '강심장', '스타킹'에서는 다수의 게스트들이 각자 빛을 발할 수 있게 해주는 진행자인 강호동. 이렇듯 그는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MC로서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1970년 6월 11일 경상남도 진주생으로, 90년대 초반 한국 프로씨름의 신진세력으로 나타나 천하장사에 다섯 번이나 등극하는 맹활약을 하였다. 씨름판의 '개그장사'라는 그의 별명에 걸맞게, MBC 개그프로 '소나기'에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개그계에서도 천하장사가 되었다. 스포츠맨이 연예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승부욕과 정상을 향한 욕망이 남달랐던 그의 이름과 같은 성격에 있다.

강호동(姜鎬童). 역설적인 말이긴 하지만, 옛말에 얼굴보고 이름 짓는다는 말이 있다. 그는 이름과 얼굴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보면 식상(食傷)과 재성(財星)이 상생하는 이름으로, 식상이 강하면 재주와 재능이 뛰어나고, 어려서는 모든 사물에 호기심이 많아 새롭고 신기한 것에 관심이 많다. 알고자하는 욕심도 많다. 재성이 있다는 것은 즉 재물 복이 있다는 말인데, 재성이 강하면 부지런하고 현실적인 감각이 뛰어나며, 조금은 전투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다.

재능을 가진 사람이 부지런하니, 잘먹고 잘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강호동', 그를 두고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한다. 돈을 잘 번다는 말이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극복하는 힘과, 지구력이 강하여 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사업가로 변신을 한다 해도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성격을 가진 이름이다.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천하장사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 예능인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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