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불붙었던 뉴타운 사업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대구 지역 뉴타운 사업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타운 사업은 도심 내 낙후된 주거지역 재개발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뉴타운 사업은 사업성 부족과 주민들의 높은 부담금, 낮은 재정착률 등 경기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고스란히 잠재돼 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미분양률에다 지역 형편상 시공사를 찾기도 힘들어 자칫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주저하는 뉴타운 주민들
현재 대구에서 도시재정비촉진사업지구(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곳은 동구 신암재정비촉진지구(신암 1, 4동·면적 108만5천㎡)와 서구 평리재정비촉진지구(평리 5, 6동·68만9천㎡) 등 2곳이다.
동구 신암뉴타운은 지난해 5월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이 고시됐고, 올해 초 국비 7억원을 투입해 뉴타운을 가로지르는 도시계획도로 1.1㎞ 구간의 설계에 들어간 상황. 서구 평리뉴타운은 지난해 11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됐으며 올해 1월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 조사에 들어가 올 연말까지 촉진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뉴타운은 각각 예정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정작 사업의 주체인 주민들의 추진 동력은 상실된 상황. 뉴타운사업은 지구 지정과 재정비 계획 수립 등은 지자체가 맡지만 건설업체 선정과 보상 및 이주, 준공 등은 지주들로 구성된 조합이 추진한다.
17개 구역으로 분류된 신암뉴타운의 경우 1구역과 7구역 등 2곳만이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394가구가 살고 있는 1구역의 경우 추진위원 39명과 위원장 등으로 추진위를 꾸리고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 김진수(54) 1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지주 중 85%가량 동의를 받았으며 이달 말까지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7구역도 170여 가구 중 85%가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7구역 추진위 한 관계자는 "부위원장과 추진위원 등은 구성된 상태이며 조만간 위원장을 선출해 추진위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5곳의 재개발 구역은 추진위 설립과 주민동의 수렴 등에 대한 움직임이 미미하다. 2구역 추진위 백성락(62) 부위원장은 "지난해 재정비촉진계획이 나온 이후에도 주민들의 반응이 잠잠하다"며 "장기간 끌어온 재개발사업에 대한 피로도가 높고, 추가 비용 등이 부담스러워 주민들이 주저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기도만의 문제? 대구도 비슷
경기도의 경우 2008년 지정된 재정비촉진지구 23곳 가운데 상당수가 주민들의 반대로 변경 및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경기 평택 안정지구가 주민 80% 이상의 반대로 지구지정이 해제된 데 이어 안양 만안, 군포 금정지구가 잇달아 뉴타운사업을 취소했다. 수익성이 낮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데다 주민들의 추가 부담금이 너무 높다는 게 이유였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할 때 중소형 아파트 위주인 뉴타운사업에 뛰어들 시공사를 찾는 일은 쉽잖다. 더구나 지자체가 개발 계획을 짜기 때문에 사업성보다는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 수익성을 높이기 힘든 현실.
실제 신암뉴타운의 경우 60~85㎡ 중소형 주택을 60% 이상 공급하고 임대주택도 8.5%를 차지한다. 남진석(55·서구 평리동) 씨는 "뉴타운 지역은 주변에 큰 상가나 문화시설도 없고 역세권도 아닌데 투자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풀리지 않는데 뉴타운 사업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했다.
사업 완료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지만 끝날 때까지 재산권 행사가 어렵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뉴타운지역은 주거지역 180㎡ 이상, 상업지역 200㎡ 이상의 토지거래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촉진계획이 결정될 때까지 건축물의 신축, 증축, 개축, 대수선 등 건축허가와 광고탑과 같은 공작물 설치도 제한된다. 추가 부담금도 문제. 정부가 기반시설 설치 비용의 10~50%, 최대 1천억원까지 지원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지주들로 구성된 재개발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올해 초 재개발이 끝난 서구 평리2동 모 아파트단지의 경우 조합원 806가구 중 분양받은 조합원은 242가구에 불과해 재정착률이 30%에 불과했다.
신암동에서만 50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이용태(78) 씨는 "재개발을 하더라도 4천만~5천만원 이상 되는 부담금을 낼 돈도, 아파트 관리비를 낼 여력도 없다"며 "오랫동안 동네를 지켜온 주민들이 결국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오는 2013년 대구기상대가 이전해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사업성이 높아지고 도로 기반공사가 끝나면 소극적이던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