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예술대학, 변신이 필요하다

서울대 음대 교수의 학생 폭력, 불륜 관계, 불법 레슨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따갑다. 예술은 고상하고 멋진 것으로만 아는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것 같아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사실 무대에 서고, 전시회를 열고, 무용을 발표하는 것의 과정은 치열하다. 설상가상 매번 행사를 위한 경비 조달은 작업 못지않은 큰 고통이다.

이번 사건이 비단 음악대학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예술계가 환골탈태의 자정 노력과 함께 바람직한 예술대학의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전과 달리 학생 수가 부족해 클래스 폐강이나 실용학과로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띄는 만큼 자구책이 필요하다. 사실은 실용학과를 나온다고 곧바로 취직이 되거나 현장 투입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존 예술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문제가 꽉 막혀 있는 심각한 문제를 풀지 않으면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대학 경쟁력이 발등의 불인 시점에서 학생 지도와 진로 문제에 대학본부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일부 교수들이 학생에게 강압적인 티켓 팔기를 했다 해서 문제가 된 것인지 모르지만 교수 발표회를 대학 내에서 한다면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

현행의 형식 평가를 바꿔 학생 중심, 질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오늘처럼 아카데미즘이 현장까지 모두 장악하는 구조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대학 중심으로 모든 것이 쏠리면서 그 권한이 부작용을 낳게 하는 원인이 된다. 학생들이 도제식 교육을 전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전공 교수의 유연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바꿔주고 시대 변화에 따른 학생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어떤 경우든 궁극적으로 예술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시장을 개발하려면 프로 예술가가 늘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표를 팔아야 하는 전문 공연장에서 예식장처럼 일가친척을 초대하는 발표회 형식이 범람한다면 시장은 혼돈에 빠지고 만다. 극장의 순기능이 단순 대관에 있지 않고 상품 기획력, 마케팅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처럼 완전한 마케팅 극장은 없지만 LG아트센터, 호암아트홀 정도가 이를 지향하고 있다.

상품 개발의 가능성은 기획력에 따라 얼마든 가능하다. 한 예로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된 오전 11시 콘서트가 브런치 콘서트란 이름으로 전국화된 것처럼 개인이 아닌 극장 조직이 능력을 발휘하면 가능하다. '아하 오페라'가 잠재적 시장을 키워가는 것도 성공 사례로 보인다. 그러니 지금껏 지역 공간들이 중앙 것만을 받아 왔는데 이제는 타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위한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예술의 성장 동력을 키워온 것은 대학의 큰 공적이다. 그러나 교육 시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이제는 현장이 대학과의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교수는 학생 지도에 전념해 살아남을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야 하고, 현장의 프로 예술가는 전문성을 발휘해 관객 확대를 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제도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불가피하지 않겠는가.

차제에 학력 만능, 학력 과잉 풍토도 바꿔야 한다. 실기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박사 학위 선호는 사회적 비용과 개인의 고통을 증가시킨다.

엊그제 삼성은 4천500명을 뽑는 채용에서 다른 기업들과 달리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일정 수준의 학점과 어학 실력만 있으면 설령 대학을 못 나왔더라도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니 바로 능력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실력을 갖춘 지방대 인력을 적극 채용하겠다"고도 했다.

예술계가 귀담아듣고 학력에서 벗어나 예술 그 자체로 승부를 띄워 생산성을 만들어 내는 일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교육부, 대학, 사회, 정치권, 학부모 모두 참여해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탁계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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