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대기업 투자 유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시는 최근 삼성전자 및 SK 투자 유치에 연이어 실패했지만 11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IHL'(아이에이치엘)㈜(회장 정몽구)과 테크노폴리스에 자동차부품 공장 및 연구소를 건립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시가 수년간 공들여왔던 대기업 1호 유치가 마침내 성공한 것. 하지만 지역 정치·경제계는 대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대기업 유치는 아직 멀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IHL이 현대차그룹 알짜 계열사지만 최소 조 단위 투자 및 기업 집적 효과를 지닌 신성장 분야 본사급 유치는 여전히 대구의 당면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후속 대기업 유치 속도 낼까=현대자동차 계열사 ㈜IHL의 대구 투자 유치 이후 지역 최대 관심사는 후속 대기업 유치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및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친 시의회 업무보고서에 '2011년은 대구 대기업 유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는 연이어 쓴맛을 봤다. 삼성전자 바이오시밀러 사업 유치에 성공한 인천시가 20차례 이상 삼성을 다녀가고, 삼성 측 역시 송도 현장을 수십 차례 방문했지만 대구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대구시가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 기념 사업에 매진하는 사이 정작 공은 인천시가 챙겨간 것이다.
SK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시는 SK에너지와 SK케미칼 유치에 박차를 가해 왔지만 케미칼은 안동이 가져갔고, 에너지 또한 유치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결혼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맏딸 소영 씨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특임교수 초빙을 추진하고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 관리 사업까지 추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삼성전자, SK 투자 유치 실패에 따라 대구에 유치할 수 있는 대기업 범위가 좁혀졌다.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분야별 주요 타깃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LG·SK·포스코, LED·2차전지 LG·삼성, 로봇 LS·현대중공업·삼성 등으로 수정됐다.
대기업 유치 범위는 좁혀졌지만 현대자동차 계열사 유치에 성공한 대구시는 후속 대기업 유치에 다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기업이 대구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 대구시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 "성서5차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등 대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구 산업단지들이 있다"며 "반가운 소식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왜 대기업 유치인가=지난달 25일 최소 2조원 규모의 삼성 바이오시밀러 사업 유치 직후 송영길 인천시장은 "앞으로 국내외 대기업 유치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외국 유명기업 유치 때마다 '한국의 대기업은 왜 안 들어오냐'며 거절당했는데 '삼성' 유치 하나로 사정이 완전히 달려졌다는 것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김태익 투자유치1실장은 "대구경북 역시 외국기업 유치 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듣는다"며 "일단 대기업 유치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기업을 부른다. 대기업 유치의 가장 강력한 효과는 '집적'이다. 글로벌 대기업 하나가 창출하는 연쇄 유치 효과는 신도시 조성에 버금간다. 시가 11일 MOU를 체결한 현대차그룹 ㈜IHL 역시 자동차부품업체 유치 및 동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