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규모 8.9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중미 아이티와 칠레, 뉴질랜드 등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처럼 유독 태평양 연안 국가에 강진이 집중되는 이유가 뭘까?
◆환태평양 '불의 고리'=작년 초부터 올해까지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낸 강진이 발생했던 아이티와 칠레, 뉴질랜드, 일본 등은 모두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태평양에 접해 있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부터 북미와 남미 지역까지 이어지는 고리 모양의 화산대다. 아시아 지역에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여러 섬, 미주에서는 미국 알래스카주(州)에서 칠레에 이르는 북미와 남미 해안까지가 모두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 지질학 이론인 판구조론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각을 덮는 여러 판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다른 판들과 충돌하는 부분에 있다. 즉 이들 지역 지하나 해저에서 태평양판이 이동하며 유라시아판이나 북아메리카판, 인도-호주판 등과 계속 충돌하는 것. 이 때문에 태평양판의 가장자리에 있는 국가 인근에서는 육지와 해저를 가리지 않고 지진과 화산폭발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하는 자연재해도 반복되고 있다.
◆기록적인 대형 지진 환태평양서 자주 발생=환태평양 지진대는 2004년 12월 동남아시아에서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쓰나미(지진해일) 등 자연재해가 잦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906년 4월 규모 8.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 인근 지역에서 건물 붕괴와 화재 등이 잇따르면서 3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95년에 발생한 일본 한신(阪神) 대지진(고베 대지진)은 물론, 지난해 1월 중미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 약 한 달 뒤인 2월 칠레 콘셉시온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8.3의 강진도 모두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했다. 환태평양 지진대는 환태평양 화산대와도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화산 활동에 따른 막대한 인명피해와 물적 피해도 잦다.
1883년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서 발생한 크라카토아 화산폭발은 핵폭발의 위력으로 인도네시아 해안을 날려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폭발은 근세 들어 발생한 세계 화산활동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꼽힌다.
◆한반도 안전한가=판구조론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필리핀판 등 3개 지각판이 만나는 경계면이 있어 지진이 잦은 반면 유라시아판에 위치한 한반도는 지각판의 경계면이 없어 지진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최근 세계 곳곳에서 강진과 쓰나미가 빈발하고 백두산의 2014, 2015년 화산 분화설까지 제기됨에 따라 한반도의 큰 지각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는 "이번 일본 지진은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5번째로 강한 지진"이라며 "지난 2004년 수마트라 지진해일의 여파로 수천㎞ 떨어진 북미 지진대가 활성화된 사례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은 지각 등에 쌓여 있는 에너지가 분출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큰 지진과 함께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면 결국 그 에너지는 주변 지역에 다시 쌓인다는 것. 이 같은 '트리거링(방아쇠) 효과'로 에너지가 계속 축적될 경우 한반도 역시 언젠가 지진 활성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과거 지진 관측기록을 근거로 일본, 중국의 지진과 우리나라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지현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1976년 7월 중국에서 규모 7.5의 탕산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2년 만에 우리나라 홍성 지진(규모 5.0)이 발생했고,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규모 6.9)이 있은 뒤 1996년 말 영월 지진(규모 4.7)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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