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뇌졸중 <2> 급성 뇌경색의 치료 현황

갑자기 언어장애'반신마비…'2시간내 병원'가장 중요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반신마비, 반측 감각 및 시야 장애, 물체가 2개로 보이거나 귀울림, 어지러움, 구토, 연하곤란(삼킴곤란), 의식장애, 감정장애, 보행장애 등이 갑자기 나타나면 뇌졸중이라고 진단해도 거의 틀리지 않는다."

뇌졸중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 1970년대는 뇌출혈 빈도가 높았지만 1980년대 이후 뇌경색 빈도가 더 높아졌다. 이처럼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뇌 조직이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면 뇌 손상이 오고 신체 및 정신장애가 나타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국내 뇌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OECD 국가의 평균 53명보다 크게 높다. 세계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평생 6명 중 한 사람은 뇌졸중을 경험하며, 2초에 한 명씩 환자가 생기며, 6초에 한 명꼴로 숨을 거둔다. 매년 1천500만 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며, 무려 600만 명에 이르는 환자가 숨진다. 또 전세계적으로 약 3천만 명이 뇌졸중을 앓은 채 살아가고 있다. 몇 해 전 건강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 1위가 치매였고, 2위에 뇌졸중이 올라왔다.

#응급실 도착 평균 13시간 44분

뇌졸중 치료를 '3시간 싸움'이라고 부른다. 증상이 나타난 지 3시간 안에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료도 어렵고 반신불수를 비롯한 후유증이 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뇌졸중 진료병원을 조사한 결과, 2010년 뇌졸중 환자들이 초기 증상을 보인 뒤 응급실 도착까지 평균 13시간 44분이 걸렸다. 환자 10명 중 6명이 병원에 늦게 오는 바람에 후유증을 막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대개 증상을 잘 몰라 꾸물거렸기 때문이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빠른 증상 발견과 진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증상 발생 3~6시간이 지난 시점이면 치료를 해도 손상된 뇌 세포들을 되살릴 수 없거나, 뇌출혈의 부작용이 증가한다.

'3시간'이 중요해진 것은 1990년대 중반 '엑틸라제'라는 혈관 내 혈전(피떡)을 녹이는 주사약, 즉 혈전용해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약물을 급성기 뇌경색 환자에게 3시간 이내에 투여했을 때 혈전을 녹여 환자의 증상을 완화 또는 회복시킬 수 있다. 현재도 급성기 뇌경색의 표준 치료로 사용되며, 언론매체 등이 뇌졸중 치료에서 시간을 강조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빠르고 쉽게 투여할 수 있고, 약 절반가량의 환자에게서 치료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더 많은 회복을 가져다 주는 장점이 있다. '절반가량'으로 제한되는 이유는 이 약물이 모든 혈전을 녹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헌에 따르면, 주요 뇌혈관의 혈전이 약물에 의해 녹는 경우는 약 5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치료 부작용으로 뇌출혈의 위험성(약 6%)도 높다.

#혈관용해제 사용 여부 '3시간 싸움'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이 3시간'이라는 사실이 간혹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경북 청도에 살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어느 날 오전 갑자기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때문에 병원 응급실로 왔다.

환자가 증상을 느낀 것은 오전 10시쯤. 대구에 사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들이 청도까지 가서 할아버지를 응급실로 데려왔다. 오전 시간대여서 환자가 증상을 느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한 셈이었다.

도착시간은 낮 12시 40분. 증상이 생긴 지 2시간 40분이 흘렀다. 하지만 의료진이 응급 검사를 하고 최종적으로 뇌경색 진단을 내린 것은 안타깝게도 발병 후 3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결국 할아버지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치료에 들어갔지만 할아버지의 마비 증상은 악화됐다. 젊은 보호자인 아들은 "증상이 생기자마자 병원으로 왔고, 3시간이 안 됐는데 왜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느냐"며 의사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검사를 해도 20분 만에 끝낼 수는 없다. 증상이 생기면 가족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119구급대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고 달려와야 한다.

결국 혈전용해제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한 2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환자 및 보호자 입장에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현재로선 최대한 빨리 병원에 오는 것만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급성 뇌경색 환자 중 약 15~20% 정도만이 '골든타임'에 치료 가능한 병원에 방문한다.

3시간 이후엔 혈관 중재술

물론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실망한 필요는 없다. 최근 뇌 영상의 발달로 인해 3시간 이후라도 치료 가능한 뇌조직이 있는 경우에는 혈전용해제 치료나 혈관 내 중재적 시술을 통해 환자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3시간 이내 혈전용해제 투여 후 환자가 회복되지 않거나 혈전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혈전용해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절반가량의 환자만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좋아지며, 나머지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회복되지 않거나, 주요 뇌혈관이 막혀 있어 혈전용해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혈관 내 중재시술을 통한 재개통요법을 통해 치료를 해 볼 수 있다. 적절한 혈관의 재개통은 환자 회복을 돕는다.

40대 체육교사가 수업 중 갑자기 생긴 의식장애, 오른쪽 마비, 말을 할 수 없는 증상으로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뇌 CT 검사 후 혈전용해제를 투여한 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당시 환자의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는 상황이었다. 뇌 MRI 검사에서 왼쪽 중뇌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었다. 환자는 응급으로 혈관 내 중재시술을 통해 막힌 혈관의 재개통이 이루어졌다. 다행히 주요 뇌 부위의 손상이 없었고, 회복 속도도 빨랐다. 지금은 다시 교단에 서고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론은 '뇌졸중은 예방이 최선의 치료이며, 만약 발생한다면 최대한 빨리 치료 가능한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대구경북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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