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젊은이들이 강물을 가르며 수상스키를 즐기고 있다. 강변을 따라 학생들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지고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생태공원에서 체험학습을 하느라 분주하다. 1년 남짓 후 대구 인근 낙동강의 모습이다. 25년 전 한강종합개발 덕분에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이 문화, 스포츠, 레저, 경제 복합 공간으로 잘 가꿔진 모습을 보며 지방 사람들은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그러나 이제 지방도 서울의 한강 못지않게 강이 베푸는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게 됐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올해 말이면 주요 공정이 거의 마무리되어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예전의 모습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친수(親水)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구 경북을 가로지르는 국토의 대동맥인 낙동강은 4대강 사업의 핵심으로 지역민들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그래서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단체들까지 다투어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이후 강 중심의 경제, 문화권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북도는 최근 '낙동강 연안 그랜드 마스트플랜'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갖고 낙동강 나루터, 주막터 복원 등 6가지 포스트 낙동강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토해양부도 '낙동 12경 조성 사업'을 마련해 놓고, 문화관광부는 '강변 문화관광 개발 계획'을 구상 중이다.
낙동강 중심의 새로운 강 문화'경제권이 구축되면 침체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대구 경북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강 주변 지역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그런데 정비된 강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가 무수히 경험했던 무분별한 개발과 토지 투기로 모처럼 살려낸 강을 다시 망가뜨릴 위험이 없지 않다. 이 사업이 지역 주민 삶의 질과 국토의 쾌적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강 주변 지역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개발이 절실하다. 다행히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친수 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이 곧 시행을 앞두고 있어 조화로운 개발이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친수법이 난개발을 부추기고 수질 오염을 가속화시킨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친수 구역 규모를 적정화하고 오염 총량관리 등 친수법 적용을 엄격히 하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제정될 시행령이나 지침 등도 이 같은 견해에 대한 보완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강 주변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개발 이익이 기존의 법 체계에서는 75% 이상 토지 소유주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친수법은 개발 이익의 90%를 공공 부문에서 환수해 하천 공사나 유지 관리에 재투자하도록 했다.
과거의 하천 개발이 경제논리에 따른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개발이었다면 새로운 친수법에 의한 친수구역 조성 사업은 하천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살려 생태'문화 공간을 재창조하는 친환경적인 개발이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강을 가꾼 나라들은 수변 공간의 쾌적성을 활용해 친수 구역을 관광, 레저, 업무, 주거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수변의 랜드마크로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1960년대 정비한 미국의 샌안토니오강, 1970년대 말 예술 공간으로 재개발된 독일 라인강 중하류의 뒤셀도르프미디어하펜, 1980년대 재생한 영국 템스강 연안 신도시 런던 도크랜드, 그리고 일본 기타큐슈시의 무라사키강, 도쿄 리버시티21 등이 모두 환경친화적으로 강을 살려낸 사례다.
우리의 강이 수질과 환경 보전을 전제로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잘 개발되면 세계의 어느 강보다 더 멋질 것이다. 수변 공간은 삶의 터전이며 지역 발전을 선도할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수없이 되풀이되던 재해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상처받던 시절은 끝이 났다. 낙동강은 이제 그저 물이 흐르는 강에서 사람이 함께 노니는 강으로, 그리고 생산적인 자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김병호(K-water 강문화 전문위원)
※이번 주 수암칼럼은 필자 사정으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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