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위안부 할머니 '포토 다큐멘터리' 만드는 레이첵·나이즐리 씨

20만 '꽃다운 여성' 인권 유린…"잔혹한 과거사 묻히기 전 꼭 기

경일대 영어 전임강사인 그레고리 레이첵(사진 오른쪽) 씨와 마리넬 나이즐리 씨는 지난 1년간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포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경일대 영어 전임강사인 그레고리 레이첵(사진 오른쪽) 씨와 마리넬 나이즐리 씨는 지난 1년간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포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난해 3월부터 경일대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전임강사 그레고리 레이첵(Gregory Laycha·34·캐나다) 씨와 마리넬 나이즐리(Marinel Kniseley·여·31·미국) 씨. 각각 런던 예술대학과 유타대학을 나온 두 사람은 순박한 미소와 또박또박한 한국어 발음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아주 특별한 여행에 나선다. 경산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그들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녹음하면서 1년째 사진(포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무려 20만의 젊은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했어요. 잔혹한 역사가 과거로 묻히기 전에 할머니들의 모습을 필름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레이첵 씨는 4년 전 한국을 소개하는 여행책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짧은 글을 읽었다고 했다. 독도 영유권 분쟁이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구의 한 시민단체와 접촉,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러 나섰다.

나이즐리 씨 역시 같은 여성으로서 할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에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저를 손녀딸처럼 대해 주셨어요. 녹음과 편집 작업을 하면서 한국사회에 더욱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들과 더 잘 대화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결심했을 정도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은 깊다. 레이첵 씨는 "할머니들이 따뜻한 위로 한 번 받지 못한 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일본의 보상과 진정한 사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레이첵 씨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웹사이트(greglaychak.com)에 게시하고 있으며 해외로도 알리기 위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포토 다큐멘터리 일부는 그의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경일대도 이들의 사진을 모아 교내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우리 제자들이 자기 일에만 관심을 두는 이기적인 사람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한국사회에 관심이 많은 레이첵와 나이즐리. 이들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더 심층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싶다"며 "언젠가는 독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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