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출신 '감독 4龍', K리그 '여의주' 물까

올 시즌 K리그 16개 구단 사령탑이 10년 만에 모두 토종 감독들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 감독이 4명이나 포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부임 후 좋은 성적을 거뒀거나 명문 클럽에서 지휘봉을 잡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박경훈(50) 제주 유나이티드, 신태용(41) 성남 일화, 황보관(47) FC서울, 이수철(45) 상주 상무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박경훈 감독은 만년 하위팀이던 제주를 지난해 '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K리그 대상 감독상'을 받으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청구고 출신의 박 감독은 고교 시절 변병주, 백종철, 백치수 등과 전국 대회를 휩쓸면서 '청구 전성기'를 이끌었고,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86년 멕시코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했다.

성남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은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성공한 감독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역 출신 감독 중 막내인 신 감독은 영덕 출신으로, 사대부중과 대구공고, 영남대를 거친 뒤 1992년 일화 천마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지역을 떠났다.

올해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황보관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계성중 졸업 후 계성고를 다니다 축구부 해체로 서울체고로 전학해 축구 선수 생활을 계속했고, 1988년 유공코끼리에 입단해 그해 리그 신인상을 받았으며 일본 오이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1990년 월드컵 때 조별리그 스페인전에서 '대포알 슛'으로 골을 터뜨리는 등 그는 '캐논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올 시즌 상주 지휘봉을 잡은 이수철 감독은 청구중'고를 거쳐 영남대를 졸업했다. 1988년 울산 현대에 입단, 선수 생활을 한 뒤 1996년 상무에서 코치를 시작했고, 2003년부터 광주 상무 수석 코치를 하다 이번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1984년 고3 때 전국 대회 3관왕을 이끌었다.

이 밖에 청구고 출신의 백종철(50) 전 영진전문대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의 수석 코치를 맡고 있다. 최진한(50) 경남FC 감독도 진주 출신이지만 2003년 대구FC 창단 원년에 박종환 감독을 보필해 수석 코치를 역임하는 등 대구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역 출신 감독들이 최근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유는 1980년대 전국 대회를 휩쓸며 대구의 축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당시 최고 선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지도자로 활동하게 됐기 때문이다.

상주의 이 감독은 "박경훈 감독과 백종철 코치는 청구고 5년 선배이고, 신태용 감독은 영남대 후배"라며 "선후배들이 모두 지도자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