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1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분출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요오드와 스트론튬,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올 것이란 '괴담'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이다. 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을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동풍이 불어도 장거리 이동은 못해=기상청은 선풍기를 5m 앞에 켜놓고 입김을 내뿜는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내뿜어진 입김은 선풍기를 향해 1m 정도 가다가 선풍기 바람의 힘에 의해 밀려 뒤로 퍼져나간다는 것.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일본 동쪽에 저기압이 위치한 탓에 일본에서는 동풍 또는 북동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기압골이 만드는 땅 위의 바람은 지상 수백m 정도여서 이를 타고 1천㎞ 이상 장거리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일본 동해안에서 서쪽으로 날아가다가 일본 내륙의 산맥 등 지형적인 장벽을 뚫고 멀리 가지 못한다는 것.
더욱이 우리나라 인근에서는 북서쪽에서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고 있어 북서풍이 불고 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 부근에서 부는 동풍이 한반도 부근까지 올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표면에서 800~1천500m 상공에는 대부분 북서풍이 분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북쪽의 시베리아 고기압 등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동풍이 부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면 남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온다. 또 태풍의 경우 태평양에서 강한 저기압으로 인해 생성돼 우리나라로 접근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여름까지 계속 유출될 경우 우리나라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조심스런 예측이다.
◆1.5㎞ 이상 상공에는 편서풍만 불어=수천㎞ 거리를 이동하려면 지상에서 수㎞ 이상에서 부는 강풍을 타야 한다. 하지만 현재 1.5㎞ 이상의 상층에서는 서풍이 불고 있고,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이 서풍이 더 강하게 불고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1.5㎞ 이상 상층에는 1년 내내 북반구의 편서풍대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천㎞ 이상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어떤 물질이 이동하려면 마찰력이 큰 하층의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는 어렵다"며 "일정한 높이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이동해야 하는데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한반도 주변에서는 늘 서풍이 불기 때문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람을 타고 이동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만에 하나 10㎞ 이상인 제트기류에 올라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돈 뒤 한반도로 불어온다고 해도 그때는 방사능이 약해져 별다른 위협이 못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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