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시장 100배 즐기기] 서문시장

전국 3대 장터 명성 그대로 "없는 게 없을 정도"

전통시장은 삶의 현장이다. 그곳에 가면 삶이 살아 꿈틀대며 인정이 넘쳐난다. 새벽부터 밤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살거리, 먹을거리, 볼거리로 넘쳐난다. 서민 경제의 중심지이며 활력소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이 살아야 지역 경제도 살아난다. 전통시장도 현대식 시설 개선 및 주차장 확충 등을 통해 편리해지고 있다. 대구 전통시장의 양대 산맥인 서문시장과 칠성종합시장을 찾았다. 상가연합회 관계자와 함께 다른 시장과 차별화된 전문점을 알아봤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 중 한 곳으로 4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1·2·4·5지구, 동산상가, 건어물상가, 아진상가, 명품프라자 등 8개 지구에 4천여 점포가 들어서 있다.

포목·직물·의류 등 섬유 관련 품목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청과물, 건어물, 한복, 액세서리 등 빠진 것이 없을 정도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건어물상가

건어물상가는 서문시장의 산 증인이다. 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강 이남의 최대 건어물 도'소매 상가다. 시민들은 '건어물 하면 서문시장'이라고 느낄 정도다.

80여 개의 점포가 즐비한 이곳에는 매일 새벽마다 5t 트럭 3, 4대 분량의 건어물이 유통업체 및 다른 전통시장에 팔려나가고 있다. 건어물 중 수요가 가장 많은 멸치는 남해안에서, 김은 목포·녹동, 재래돌김은 서천, 돌미역은 울산, 관포 등에서 들여온다. 산지에서 직송해온 신선한 건어물은 맛이 월등할 뿐 아니라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해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호두, 잣, 밤 등 견과류와 버섯, 도라지 등 건채류도 손님을 맞고 있다.

◆가방 부자재

아진상가에 가면 수천 가지의 수제 가방 만드는 재료를 진열해 놓은 점포가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가방 원단, 실, 지퍼, 장식물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모를 재료들이 즐비하다. 주인장도 재료가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이곳은 가방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옥희(60·여) 씨는 "가방을 구입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1주일에 2, 3번 정도 이곳을 찾아 재료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큰 가방에서 작은 손가방, 지갑, 동전지갑, 키홀더 등을 만들면 여가선용은 물론 직접 만들어 보는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 가위·자·북집 등 가방 만드는 도구는 물론 현수막 부품도 즐비해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다. 가히 가방 만드는 재료를 한곳에 모아놓은 만물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액세서리

서문시장 4지구와 동산상가에 가면 30여 곳의 액세서리 가게가 여심을 유혹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귀고리, 목걸이, 반지, 팔찌 등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며 아름답다.

이곳은 전국 전통시장 중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여성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500원에서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수천 가지의 액세서리를 품목별로 진열해 놓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쉽게 고를 수 있다. 액세서리뿐 아니라 어린이 머리띠, 가방, 망핀 등도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 한 상인은 "젊은 층은 앙증맞은 볼 귀고리를, 어르신들은 옥 목걸이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손뜨개 전문집, 수선집, 레이스전문점

아진상가에 가면 8곳의 손뜨개 전문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가게 안에는 10여 명의 손님들이 털모자, 목도리, 조끼 등 손뜨개질로 여념이 없었다. 뜨개용 털실 구입뿐 아니라 주인장에게 뜨개질까지 배울 수 있다. 장건술(60·여) 씨는 "뜨개질에 푹 빠져 매일 이곳을 찾다시피한다며 치매예방은 물론 여가선용에도 그만이다"며 자랑을 늘어놨다.

또한 '따르륵, 따르륵' 추억의 재봉틀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곳에는 리폼, 각종 지퍼, 니트, 양장맞춤 등을 하는 20여 곳의 수선집들이 오늘도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요즘은 단순 수선뿐 아니라 홈패션까지 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30년째 수선업을 하고 있는 김명란(46) 씨는 "시집와 시아버지께 처음 재봉일을 배우며 손가락을 다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대를 이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늘 즐겁게 손님을 맞으며 평생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진상가 내 레이스전문점에는 옷·이불·커튼 등 장식 레이스로 즐비하다. 가게에 들어서니 가득 널린 다양한 레이스들이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옷이나 방안을 우아하게 꾸밀 수도 있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소매뿐 아니라 전국 도매 판매로 성업 중이다. 물론 일반 레이스전문점보다 가격은 싸다. 칼라용 레이스 경우 5천~1만3천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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