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시장 100배 즐기기] 먹을거리

"한그릇 하고 장보이~소" 넉넉한 손맛 듬뿍

전통시장에서 물건 사는 것도 식후경(?). 질 좋고 값싼 물품을 고르려고 발품을 팔다보면 어느덧 속이 출출해진다. 전통시장에는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먹을거리로 넘쳐난다. 덤으로 몇 개씩 더 주는 넉넉한 인심은 전통시장만의 특징이다. 비좁은 좌판에서 어깨를 비벼가며 먹는 풍경은 옛 시골 장터의 아련한 추억을 자아낸다. 전통시장의 먹을거리를 찾아 떠나보자.

◆서문시장

서문시장은 활력과 떠들썩함으로 늘 북적댄다. 어깨를 연방 부딪치며 걸어야 할 만큼 붐비는 인파에다 흥정으로 왁자지껄하다. 인파에 부대끼며 좁은 시장 골목을 돌아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골목 한복판에 늘어서 있는 먹을거리 좌판이다. 끝없이 늘어선 좌판에는 순대, 곱창, 감주, 어묵, 옥수수, 칼국수, 보리밥, 호떡, 풀빵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이리 오이소." 골목 곳곳에 즐비한 좌판 칼국수를 먹으러 오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정겹다. 노상 좌판에 앉아 뜨끈뜨끈한 칼국수를 후루룩 들이켜면 피곤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난다. 푸짐하게 담은 국수 한 그릇에 2천500원이니 맛에 놀라고 가격에 또 놀랄 따름이다.

어디 맛있는 게 칼국수뿐이랴. 삼각만두도 있다. 서문시장 치안센터 옆 좁은 골목에 가면 허둘순(70) 할머니가 내놓는 삼각만두의 고소한 맛을 볼 수 있다. 노릇하게 구운 만두피 속에 넉넉하게 들어 있는 당면의 잘근잘근 씹히는 식감은 환상적이다. 할머니의 인심도 넉넉하다. 한 접시(12개)에 달랑 2천원이며 2, 3개는 덤이다. 삼각만두가 맛있다는 손님들의 입소문 덕에 방송까지 타면서 허 할머니는 스타가 됐다. 40년째 한 자리에서 삼각만두를 파는 허 할머니는 서문시장의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만두에 뒤질세라 국화빵도 출사표를 던진다. 아진상가 앞 골목에 가면 교복을 입고 국화빵을 파는 서문시장의 명물을 만날 수 있다. 상호도 '교복 입은 중학생 국화빵'이다. 주인장은 1970, 80년대 교복을 입고 좌판에는 모자, 가방, 양은도시락을 전시해 옛 국화빵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맛 또한 좋다. 밀가루와 팥앙금으로 만드는 게 전부이지만 담백하면서도 크게 달지 않아 여러 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비결은 '정성'. 전날 저녁에 2시간 정도 반죽거리를 준비한 뒤 다음날 새벽 3,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당일 쓸 재료를 손수 반죽한다. 가격도 싸다. 국화빵 6개(1천원)면 포만감을 느낄 정도다.

◆칠성종합시장

칠성종합시장에 가면 꼭 먹어야 할 것이 보리밥이다. 칠성종합시장 내 청과시장에 가면 20여 곳의 보리밥 식당이 장 보러 나온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좁은 의자에 걸터앉아 먹는 보리밥은 옛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 보리밥은 건강도 챙기고 새봄의 정취도 함께 맛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넉넉하게 내놓은 보리밥 위에 콩나물, 무생채, 미역, 파, 배추, 미나리, 시금치, 깍두기, 버섯 등 다양한 계절 야채를 듬뿍 얹어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곁들여 내놓는 구수한 된장과 비지, 고등어조림은 보리밥의 진한 향기와 어울려 옛 고향에 온 듯하다. 보리밥 한 그릇 2천~3천원.

농협 길 건너편 곰탕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칠성곰탕, 한우정, 화원곰탕 등 3곳이 영업 중이다. 고기를 다 삶으면 건져내고 다시 고기를 넣어 간을 맞춰 내놓는데 국내산 한우머리의 진한 국물 맛에 속이 후련해진다. 곰탕 한 그릇 5천원.

곰탕 한 그릇을 먹고 골목길을 나서자 상인들이 돼지족발도 먹어보라고 손짓한다. 황갈색의 돼지족발은 보기만 해도 입에서 침이 샘솟는다. 가격도 저렴하다. 족발 1개에 3천원이란다. 콜라겐이 듬뿍 함유돼 피부미용에 좋다는 돼지껍데기도 눈길을 끈다. 한때 성황을 이뤘던 닭곱창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2곳만이 명맥을 잇고 있지만 쫄깃하고 담백한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달콤맵싸한 닭곱창 한 점에 소주 한잔 걸치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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