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인진호(사철쑥)

"간염·지방간·고지혈증에 좋아…속이 차거나 임신부 주의를"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자칫하면 과로와 스트레스로 찌들기 십상이다. 이 찌든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려는 이들 또한 많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인간관계 소통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남성의 83%가 음주를 하고 있으며.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도 12%에 이른다고 한다. 그 음주 정도가 지나치면 여러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비만증이 오기 쉽고 비타민 부족 등 영양결핍 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술로 인한 간손상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지방간이다. 대부분 지방간 환자의 경우 증상은 없으나, 그 정도가 심하면 피로감'나른함'식욕부진'소화불량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선후기의 대표적 서예가이자 금석학자인 추사 김정희는 인생삼락(人生三樂)을 말했다. 첫 번째 즐거움인 '일독'(一讀)은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부에 정진해 선비정신을 간직하는 일이고, 두 번째 '이색'(二色)은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는 일이며, 세 번째 '삼주'(三酒)는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가무와 풍류를 즐기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삼락 중 하나인 음주와 가무도 지나치게 빠지면 건강도 잃고, 학문과 사랑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즐거워지기 위해 마시는 술이 지나치면 간(肝)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간염'지방간 등 간손상 회복에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인진호(사철쑥)이다.

사철쑥은 일반쑥보다 잎이 가늘고 줄기는 더 크게 자라며 맛 또한 훨씬 쓰다. 이 때문에 어린 순은 식용할 수도 있으나 주로 약재로 사용된다. 사철쑥은 들이나 강기슭, 바닷가, 냇가 모래땅에서 1~1.5m까지 자라며 잎이 코스모스처럼 갈라지며 씨가 많이 달려 있어서 번식력이 굉장히 강하다. 줄기와 가지 끝에 많은 꽃이 8, 9월에 모여 피며 9,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사철쑥은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로 지상부를 7, 8월께 채취한 뒤 건조시켜 약재로 사용하는데 인진호(茵蔯蒿)라 한다.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하며 제주도에서 많이 생산된다. 중국에서는 산둥, 장쑤, 저장성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화과에 속한 더위지기의 지상부를 한인진(韓茵蔯)이라 하며 인진호를 대용하기도 하나 다른 식물이다.

한의학적으로 인진호의 성질은 약간 차고 쓰면서 매운 맛이 난다.

인진호의 쓴맛은 열을 내리고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을 하며, 약간 찬 성질 또한 열을 내리는 작용이 강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급성으로 간에 병변이 생겨 몸에 열이 나면서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눈과 피부에 황달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약재였다. 급성 간염환자에게도 이용되지만, 요즘에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지방간과 고지혈증에도 응용하고 있다. 그리고 두드러기, 습진, 풍진이나 옴 등의 피부질환에도 내복 또는 외용할 수 있다.

인진호의 성분은 이담작용에 좋은 스코파론 함유율은 계절에 따라 다르며, 개화기가 1.98%로 가장 높으며, 크로로제닉산을 1% 함유하고 있다.

약리학적으로 스코파론은 간의 담즙과 빌리루빈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의 소화를 도우며, 지질과산화반응과 더불어 세포막 손상에 대해 보호작용을 한다. 동물실험 결과, 인진호 추출물은 현저하지는 않지만 담즙분비를 촉진시키며, 중독성 간염에 대한 이담작용도 탁월하다. 간의 부종과 지방간, 세포괴사를 개선시켜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어 혈압을 강하시키며, 이뇨작용이 현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인진호 추출물을 실험동물에 장기 투여하면 고지혈증이 완하되고 동맥경화와 콜레스테롤 침착이 감소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인진호 추출물은 황색포도상구균에 뚜렷한 억제작용이 있으며, 적리균'용혈성 연쇄구균'폐렴쌍구균'디프테리아균'결핵균 등에 억제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같이 인진호는 몸에 열이 나면서 간기능에 이상이 있는 급성기 때 주로 이용하는 약재이다. 민간에서는 무분별하게 장기간 오남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한편 인진호는 성질이 차서 속이 냉한 사람과 임신부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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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호차

평소 음주가 잦아 피로감을 많이 느끼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에 일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진호는 7, 8월쯤에 꽃봉오리가 달렸을 때 줄기와 잎을 채취한다. 깨끗이 세척한 후 2, 3㎝ 정도로 잘라 건조시킨 뒤 사용한다. 햇볕에 말려도 좋으며 말린 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곳이나 지퍼백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차를 끓일 때 주전자에 물 2ℓ와 인진호 15~20g 정도를 넣고 은근하게 끓인다.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면 하루 2, 3번 나눠 마신다. 단 보름 이상은 음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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