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18) 브라질음악의 세계적인 유행… 보사노바

디지털 음악에 식상…정서적이고 차분한 장르에 눈길

퀴즈 문제! 2011년 현재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에서 가장 유행하는 장르는? 정답은 '보사노바'다.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로 대변되는 디지털 음악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클래식이나 국악 같은 전통 음악부터 뉴에이지, 포크처럼 어쿠스틱 친화적인 음악도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단히 정서적이고 차분한 취향의 보사노바가 유행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디지털 음악에 지쳐 있다는 뜻이다.

보사노바(Bossa Nova)는 새로운 물결 또는 경향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민속음악 삼바가 미국의 쿨재즈와 융합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1950년대 초반 '조니 알프'나 '주앙 두나투' 같은 사람들에 의해 형태가 만들어지고, 1950년대 중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빌리 브랑코'가 만든 '태양의 찬가'가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은 1960년대,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게츠'(Stan Getz)의 걸작 앨범 '재즈 삼바'(Jazz Samba)를 통해서다.

1960년대, 미국에서의 유행도 현재의 모습과 닮았다. 당시까지 음악계를 주도하던 재즈는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예술적이 되어버려서 대중들의 일상과 함께하지 못했다. 오히려 새로운 조류였던 로큰롤이 대중들에게는 신선하게 부각된다. 이러한 시기, 재즈계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대안 찾기에 분주했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할 능력을 가진 음악인들은 이미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역을 포기해 버린 터라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못했다. 그때 눈을 남미로 돌려 대안을 찾아낸 사람이 스탄 게츠였다.

앨범 '재즈 삼바'로 1962년 한 해,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려 재미를 본 스탄 게츠는 아예 브라질 최고의 음악인들을 초청해 앨범을 만든다.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작품으로 채색된 앨범은 아예 조빔을 피아노 연주자로 앉히고 '호아우 지우베르투' '아스투루드 지우베르투' 같은 보사노바 명인들을 앨범에 참여시킨다. 이렇게 탄생된 앨범 '게츠 앤 지우베르투'(Getz & Gilberto)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앨범의 수록곡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는 보사노바의 명곡이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장르는 보사노바다. 조빔의 자손들은 가장 많은 저작권료를 지급받는데 이는 비틀스의 그것보다 많다. 이런 현상은 조빔의 탁월한 능력 탓이기도 하겠고 보사노바라는 장르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라면 음악은 춤을 추기 위해서 또는 텔레비전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