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에서 1천500개 매장이 간판을 내리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한자리에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골프용품점이 대구에 있다.
지난 1981년 3월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당시 중앙공원) 맞은편에 점포를 개점한 이후 3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고객들을 맞고 있는 ㈜명성골프가 바로 주인공.
부침이 심했던 골프용품 업계에서 명성골프가 창업 이후 직영점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칙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허흥만(58) 대표의 고집이 있었다.
'확실한 정품, 정직한 가격' 명성골프의 사훈이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 왔다. 명성골프는 지난 2000년 대구 국세청이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무결점 성실납세를 인정받아 투명경영상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세무기관으로부터 투명경영상을 받은 법인은 명성골프와 유한양행뿐이다. 현재 명성골프는 대구시내에 4개(본점, 수성점, 롯데백화점 대구점, 롯데백화점 상인점) 매장을 운영 중이다.
허 대표는 "골프든 장사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며 "찰나의 이윤을 좇거나 솔깃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구 포정동 명성골프 본점 대표이사 사무실에는 우행천리(牛行千里)라는 구절이 적혀 있는 액자가 있다. 소처럼 우직하고 천천히 걸어야 천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허 대표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담은 내용이다.
그는 "골프를 쳐 보신 분들을 너무나 잘 알겠지만 골프실력은 욕심 부리지 않고 배운 대로 기본에 충실할 때 향상된다"며 "경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제가 깨달은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자기만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철저한 원칙경영을 추천했다.
그는 "세금 낼 것 다 내고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고 핀잔을 주던 동종업계 상인들은 속속 가게문을 닫았지만 세금을 솔직하게 납부하고 정품만 취급한 명성골프는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어떤 사업이든 기본에 충실하게 사업체를 운영하고 순리를 따르는 것이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표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때는 지난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군 비서로 병역을 치르면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전역 후 여러 사업을 구상하던 그는 결국 골프용품점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1981년 현재의 본점 자리에 지금 매장의 절반크기로 가게문을 열었다. 당시 명성골프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지역사회 최고위층들이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대구시의 골프인구는 300명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당시 골프장을 드나들던 골프동호인들 가운데 허 대표가 가장 어렸다. 현재 그는 평균 79타를 치는 수준급 골퍼가 됐다.
허 대표는 "지난 30년 동안 대구에서 장사를 하면서 대구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섬유산업이 부활하고 있고 자동차부품 산업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어 미래는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골프동호인들에게도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골프용품 구입은 복용할 약을 구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골프채라고 해서 본인에게 꼭 좋을 수는 없다며 각 개인의 체력과 유연성 그리고 스윙스타일 등을 모두 감안한 클럽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은 필수라고 권했다.
허 대표가 지난 30년 동안 다소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원칙경영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직원들의 도움이 컸다. 지난 1986년 허 대표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김동재(45) 상무는 지금까지 허 대표 곁에서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상무는 "사장님을 비아냥대는 동종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만 실제로 함께 일해 보면 모든 사람에게 확실한 신뢰감을 주는 분이 바로 사장님"이라며 "개업 이후 명성골프와 인연을 맺은 직원들 가운데 근무도중 직장을 옮긴 이가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사장님과 직원들 간의 신뢰관계도 끈끈하다"고 말했다. 지난 1981년 창업 이 후 명성골프에 취업한 직원 15명 모두가 현재도 명성골프의 식구로 일하고 있다.
허 대표는 본인이 직접 경영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 명성골프를 그동안 함께 고생해 온 직원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역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한 각종 대회에 상품후원을 하는가 하면 대구시골프협회에서도 봉사하고 있다.
허 대표는 한 장소에서 30년 동안 고객들과 만나려면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향후 30년 동안에도 정확한 정품을 정직한 가격에 고객들에게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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