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주주로 둔 마지막 양심 주막기업의 최고 경영자였던 '무인주막' 주인장 박계수(63) 씨. 한 마을에서 9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지난 2001년 4월부터 구미 산동면 백현리 한적한 923번 지방도 옆에 '무인주막'을 열어 10년을 경영하고 지난해 5월 문을 닫았다.
그가 무인주막을 연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만큼 배울 게 많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고속도로 무인 카메라를 보고 무인주막을 열기로 했다"고 10년 전을 회상했다.
무인주막은 말 그대로 사람 없이 운영되는 곳으로 손님이 알아서 찾아 요리해 먹고, 양심껏 돈을 장독에 넣고 가면 된다.
그는 매일 아침 고기, 상추 등 안주나 술과 음료를 채워놓고 가끔 와서 청소를 할 뿐 본래 직업인 벼농사에 전념했다.
이정표도 없는 시골 지방도 옆 탁자 두 개에 평상 하나, 방 세 개가 전부이지만 무인주막은 문을 열자마자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그렇지만 무인주막은 지난해 10주년을 맞아 문을 닫았다, 아직도 마당에는 옛날 농촌에서 사용하던 지게와 도롱이, 돌 저울추, 물레, 연자방아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0년 동안 무인주막을 운영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2001년 문을 열자마자 매일신문에서 소개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 방송을 비롯해 각종 신문 등에 인터뷰를 하면서 전국에 알려졌다"며 "나쁜 사람보다는 양심적인 사람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대구는 물론 서울, 부산, 강원도 등 전국에서 손님들이 구름같이 몰려오다 보니 하루에 돼지 7마리 분량을 팔기도 했다. 주말에는 냉장고에 넣어둔 아이스크림 1천500여 개가 동이 날 정도였다고 숱한 사연들을 하나 하나씩 꺼내 소개했다.
그러나 무인주막을 하면서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람이 많이 오면 올수록 적자였다. 하루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손해를 봤다. 특히 2006년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도둑이 들어 결혼패물까지 몽땅 가져가 문을 닫으려고도 했었다. 장독에 든 돈까지 통째 없어진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술에 취해 청소는 고사하고 주막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가는 손님도 허다했다.
그는 "집하고 땅만 훔쳐가지 않으면 무인주막을 운영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버텼다"며 "이제 더이상 집에 훔쳐갈 것이 없으니 오히려 걱정거리를 덜었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해 무인주막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 써온 시나리오를 올해 안에 완성해 내년에 영화로 만드는 것이다. 옛날 여성들이 정조를 지키기 위해 내려오던 비법을 주제로 한 시나리오를 써온 것이다.
그는 "3가지 꿈 가운데 과수원을 해 사과를 원없이 먹어 보는 것과 오토바이를 타보는 것, 두 가지는 이루었다. 마지막 남은 꿈은 영화 시나리오를 써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라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요즘 세상에 삶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무인주막을 운영한 것은 조물주로부터 받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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