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만큼 인간이 무력한 존재임을 자각케 하는 것은 없다. 1944년 오늘,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이 분출했다. 26명이 죽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달아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베수비오라면 화산재에 묻혀 사라진 도시 폼페이가 떠오른다.
어릴 때 삼류 영화관에서 '폼페이 최후의 날'(1960년 작)이라는 이탈리아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로마의 백인대장이 타락한 고향에 돌아와 악당들의 음모에 휘말렸다가 화산 폭발 때 연인과 극적으로 탈출하는 줄거리였다. 칼싸움에 초점을 맞춘 액션물이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로 유명한 영국의 통속 작가이자 정치가였던 에드워드 조지 리턴(1803~1873)이 쓴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래는 서기 79년 화산폭발 직전의 폼페이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과 질투를 그린 러브스토리다. 미남 글라우코스와 연인 이오네가 눈먼 노예 소녀 니디아의 도움으로 방해꾼과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사랑을 이루는 내용이다. 현재 지진, 쓰나미, 방사능, 화산 등으로 몇 겹의 고통을 받고 있는 일본사람들에게 들려줄 말도 이것뿐이다. 진정한 사랑만이 거대한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있다. 부디 해피엔딩을 기원한다.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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