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 지붕 두 가족

대구경북연구원, 신공항 결정 이후에 정체성 거론해도 늦지 않아

오는 6월이면 대구경북연구원이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1991년 6월, 당시 부광식 박사를 초대 원장으로 모셔 '대구권경제사회발전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디뎠다. 이듬해 '대구경북개발연구원'으로 개칭됐다. '대구경북연구원'이라는 명칭을 얻은 것은 홍철 원장이 취임한 2004년도였다. 이렇게 해서 지역민의 숙원이던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출연한 연구기관이 마침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20년 고개를 넘어서면서 여기저기서 균열음이 들린다. 지난 연말 경북도의회에서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하더니 마침내 엊그제 경북도의회에서 대구경북연구원을 분리해서 경북연구원(가칭)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수용 의원(영천)이 "연구 활동이 상대적으로 대구시에 집중돼 있다"며 "경북 실정에 맞는 특화된 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은 불편하니 딴살림을 차리겠다는 것이다.

납득이 간다. 그러나 지금은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4개 시도의회가 신공항 밀양 유치 서명 운동에 참가한 770만 명의 서명록을 정부에 전달하기로 한 시점이 아닌가. '1천만 서명 운동'이지만 신공항 무용론과 재검토론 등이 제기돼 자칫 입지 선정이 연기 또는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행사를 앞당긴 것이다. 22일 1t 트럭 5대분을 국무총리실에 전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지역민이 하나의 구심점으로 폭발하는 마당이다. 따라서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지엽적(?)인 문제는 신공항이 결론 난 이후에 제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이념은 간단하다. 세계화와 지방화 시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즉 두 단어를 합친 세방화(glocalization)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이미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와 경북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 행정 통합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심지어 중국 일본 등 광역경제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대구 경북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과 호남권을 아우르는 '남부경제권'을 구축, 수도권과 병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장은 주장이다. 바야흐로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하나의 접점으로 수렴해 나갈 것인지 대구경북연구원도 고민해야 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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