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도 새벽 일이야…."
평소 모든 직업이나 일에 호기심이 많다. '기자와 함께'를 통해 한 번 도전하고픈 욕구도 강하다. 새벽 풍경으로 보던 쓰레기 수거 작업이 떠올랐다. 다른 일에 비해 다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전은 의외로 쉬웠다. 단독주택들이 많은 대구 서구 쪽을 선택하고 서구청에 취재 의뢰를 하니 당장 내일 새벽 체험에 나서라고 했다.
현장은 삶이 담겨 있고 항상 적나라한 법. 곧바로 뛰어들었다. 오전 1시 서부소방서 인근 청소차량 차고지로 가니 함께 일할 조가 꾸려져 있었다. 서구청 박근호 청소행정 담당이 취재 협조를 위해 나와 있었다. 평소 복장으로 온 기자를 위해 안전헬멧, 야광조끼, 장갑을 준비해 놓았다.
장비를 착용한 뒤 곧장 출발했다. 청소차 운전은 바뀐 코스에 오늘 첫 투입되는 손영동(가명 요청) 씨, 그리고 기자와 함께 쓰레기 수거 차량 뒤에서 일할 환경미화원 정동기(53)'김동훈(38) 씨. 정 씨는 17년차 베테랑이며, 김 씨는 2년차다.
첫 쓰레기 수거지인 서구 이현공단까지 가는 동안 운전석 옆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 "오늘 열심히 체험해 주시고, 본 그대로 잘 써 주십시오." 매일같이 힘든 일을 하는 이들에게 다소 미안한 맘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런 이런, 애로사항 3가지
"탔다. 오메, 뭐야, 졌다."
오전 1시 30분쯤 이현공단 인근 주택가에 도착해 쓰레기 수거를 시작했다. 일에 손을 대자마자 어려움이 닥쳤다. 바로 역한 냄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온갖 음식물 냄새와 연탄재 등이 코를 괴롭혔다. "와~, 이 정도입니까?"라고 묻자, 김 씨가 "아직은 분리수거가 안 돼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를 껴도 별 도움이 안 되죠"라고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기자의 표정이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듯했다.
"오케이! 한번 해 봅시다." 그래도 똥도 푸고, 살처분장도 가보고, 고공 안전요원도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전봇대 옆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 차량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차량 탑승, 또 정해진 장소에 하차, 다시 쓰레기 수거, 다시 탑승, 하차, 수거를 반복했다. 할 만했다. 운동도 되고, 일이 착착 진행돼 신바람도 났다. 덕분에 거리도 깨끗해지고.
하지만 두 번째 문제가 생겼다. 위험물이다. 쓰레기봉투를 수거 차량에 던져넣자 유리병이나 사기그릇, 형광등, 백열등 등과 같은 위험물질이 분리수거 기계가 돌아가면서 펑펑 터진다. 이것 역시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정 씨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깜짝 놀랄 때가 많죠. 선진의식을 가진 시민들인데 아직은 그죠?" 이 말이 귓가를 때렸다. 멀어도 한참 먼 시민의식이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에도 해를 주고 있었으니. 기자는 안전을 위한 요령을 스스로 터득했다. 수거 기계가 돌아갈 때는 살짝 옆으로 피해 주는 센스!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순간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 집 밖에 내둔 쓰레기를 일일이 들고 와야 했다. 서구에는 골목 주차난 때문에 청소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길들이 많다. 이런 곳에는 환경미화원이 직접 가서 들고오거나 양이 많을 때는 인근에 비치된 손수레를 이용해 가져와야 한다. 100ℓ짜리 쓰레기봉투에 가득 찬 쓰레기를 양쪽 손에 들고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정말 운동이 됐다. 대신 팔이 늘어나는 것 같은 아픔은 감수해야 했다.
◆4차로 이상 대로변에서는 '빨리빨리'
1시간 정도 주택가 쓰레기 수거를 마치고 대로변으로 나왔다. 비산5동 인근이다. 갑자기 2명의 환경미화원의 손길이 빨라졌다. 쓰레기가 많은 곳에서는 운전하는 손 씨와 박 담당도 일손을 보탰다. 기자까지 모두 5명. 그래도 뒤에 차량이 뒤따라 올 수도 있고, 도로변에 오래 주차할 수도 없고 해서 주택가보다는 더 빨리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바로 뒤에서 차량이 올 때는 뒤에 타고 있는 환경미화원이 빨리 내려, 뒤따르는 차가 앞질러 가도록 정리해 줘야 한다. 정 씨는 "전통시장이나 상가 인근에는 쓰레기 양이 많고, 어떤 곳에는 도로 밖으로 나와 있는 경우도 있어서 수거할 때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기자가 해보니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 쓰레기봉투에 선명하게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쓰레기를 내놓도록 표기돼 있는데 일부 시민들은 쓰레기 수거가 끝난 뒤에 내놓아 아침 풍경을 해치는 것. 박 담당은 "기동 수거차량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일이 다 수거하지 못한다. 시민들이 쓰레기 내놓는 시간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모두 잠든 시간. 이들의 일은 그칠 줄 모른다. 새벽 4시쯤이면 청소차는 만차의 기쁨(?)을 누리고, 다시 쓰레기 수거 집하장으로 향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싹 비워진다. 하지만 분리수거가 잘 안 된 탓에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꺼번에 처리된다.
이들은 다시 현장으로 나갈 태세다. 오전 7시까지 한 차례 더 쓰레기를 수거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갈 곳은 상'중리동, 세방골, 가르뱅이 등이라고 했다. 야참은 틈틈이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한단다. 기자는 포기했다. 미안했다. 동이 틀 때까지 일해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뒤로한 채 일하는 흉내만 내다 떠난 것 같아서.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한다. "분리수거 합시다! 꼭!"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임무·작업 따라 이름도 가지각색
환경미화원도 각자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근무수칙도 다르다. 기자가 체험했던 환경미화원도 엄격하게 분류하면 승차미화원이다. 역할별로 임무 및 작업 방법도 다르다.
▶운전미화원'예비운전원=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담당구역 내 폐기물은 정해진 시간 내에 완전 처리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차량을 대리운행하게 할 수 없다. 적재량을 준수해야 하며, 지시받은 폐기물이 아니면 수거해서는 안 된다. 폐기물 수거 시 정차로 인하여 주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담당구간 중 중요한 기점부터 순서를 정하여 작업에 임해야 한다. 수집한 폐기물은 지정된 장소에 운반한다.
▶승차미화원=담당구역 내의 폐기물을 일정에 따라 빠짐없이 처리하여야 한다. 폐기물을 수거할 때 주변을 청결히 청소하고 주민의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차량출발 전에 쓰레기가 날려 흩어지지 않도록 덮개를 덮어야 하며, 침출수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운행 중 적재함 부분 탑승행위를 절대 금한다.
▶가로미화원=기자가 체험한 미화원과 달리 작업 구간을 맡아 일하는 환경미화원을 말한다. 담당구간을 하루 3회 이상 왕복 작업하되 가로에서 가시거리까지 청소구역으로 하며, 주민에게 자율청소 참여를 홍보한다. 설치된 가로휴지통도 청소 및 세척 등으로 청결상태가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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