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면적 재점검 필요한 해외취업연수사업

실직자나 미취업자들이 해외에서 기술'어학을 연수한 뒤 현지에서 취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취업연수'사업이 '부실화'되고 있다. 당초 취지는 IT, 엔지니어링 등 해외 유망 직종에 연수'취업시키는 것이지만 연수생 상당수가 호텔 룸서비스, 농장의 잡역부, 한인 상점 점원 등 단순 노무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도 못 하고 있다.

해외취업연수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지만 현 정부에 들어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10만 명의 청년을 해외로 보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2007년 104억 원에서 올해 287억 원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늘었고 연수생도 2천549명에서 6천950명으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렇게 확대된 사업 규모만큼 연수생들이 과연 해외 현지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었는지에 대한 통계는 전무하다.

예산만 펑펑 썼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산업인력공단 스스로도 연수생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심지어는 연수생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단순 노무직에 취업한 것을 알면서도 공단은 해당 전문 분야에 취업한 것으로 기록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허술한 관리는 알선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다. 현재 취업 알선 업자들은 연수생 1명당 100만 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는 연수생 1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의 30%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처럼 알선료가 짭짤하다 보니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생이나 직장인들까지 편법으로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늘어난 연수 인원만큼 정부 지원금의 낭비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렇게 '묻지 마'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국내 취업 시장 활성화에 그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

해외취업연수사업이 이 지경이 되도록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해외라서 취업 확인이나 사후 관리가 어렵다면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다. 그런 변명은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해외 연수와 취업은 미취업자나 실직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추진해야 할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식으로는 안 된다. 철저한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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