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라는 환경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인권 탄압과 제국의 식민지 사관에 대한 모순과 반(反)인도주의를 통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인도의 젊은 의사가 인도를 여행 중이던 백인 여성을 동굴에서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인도 의사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인도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영국인들은 그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인도 의사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도 없을뿐더러, 영국 여성의 주장을 입증할 증인도 없는데 재판은 인도 의사를 강간범으로 몰아간다.
영화는 서구인들이 실제로 동양의 문화를 접하고 동양인을 만날 때 얼마나 배타적이고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탐구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인간 상호 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국 작가 E.M.포스터가 1924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84년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했으며 그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명장으로 칭송받던 데이비드 린이 1970년 내놓은 '라이안의 처녀' 실패로 영화계를 떠난 지 14년 만에 만든 작품으로, 그의 나이 77세에 인도라는 이국의 풍경을 바탕으로 초자연적인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영상으로 표출해 당당히 명예를 회복한 작품이다. 1980년대 당시에는 큰 관심 밖이던 인도를 소재로 하여 멋진 풍경과 의미 있는 테마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며 흥행에도 성공을 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페기 애쉬크로프트), 음악상(모리스 자르)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데이비드 린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콰이강의 다리' '닥터 지바고' 등 대작 영화로 기억되는 거장이자 영국 영화를 대표하는 고전적 이야기체 영화의 거장이기도 하다.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장대한 드라마를, 거대한 스케일과 빈틈없이 구성된 작가술로 능숙하게 펼쳐보이는 대감독이었다. 특히 풍경 묘사에 있어서도 초일류급이었던 그는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이다. 열여섯 작품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영화를 남겼으나 그의 작품은 모두 26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획득하는 등 영화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겼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정말 즐겁다. 진정한 감각적 기쁨을 주는 이 작업을 나는 정말로 사랑한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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