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대구에 사는 70대의 중후한 모습의 어르신이 아래쪽 큰어금니가 아프다고 찾아왔다. 진단 결과 치주염(잇몸병)도 있고 2차 충치도 심해서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다. 본인도 그렇게 원했다. 수술도 필요하고 치료 기간이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난 뒤 환자가 한 마디했다. "원장님 수입 임플란트로 해주세요. 기왕에 한다면 좋은 것으로 해주세요."
요즘 임플란트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일반화된 치과 치료다. 필자도 전 세계를 다니며 임플란트 강의를 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우리나라만큼 임플란트가 보편화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산 임플란트 회사가 50여 곳에 이르며,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 회사에서 많은 세미나를 열어 배울수 있는 기회가 전 세계 어디에서 보다 많고 좀더 저렴하게 임플란트를 공급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임플란트 재료비가 더 싸지고 치료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임플란트 치료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저렴해지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때 환자들의 첫 선택은 국산이냐, 외제냐의 문제다. 대부분 상담을 주도하는 상담실장의 뉘앙스 또는 환자 스스로 지레짐작으로 외제를 쓰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치아 때문에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기왕에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결과가 좋은 것을 택하려고 하고, 그래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외제를 선택한다.
과연 그렇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가 2003년 임플란트로 유명한 미국 뉴욕대에서 공부할 때 일이다. 수많은 유명한 임플란트 회사 직원들이 학교로 찾아와서 세일즈를 했다. 자기 회사가 새 임플란트를 개발했는데 성공률이 100%에 가깝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대학에서 많은 제품을 검증한 결과도 항상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했다. 특정 제품이 훨씬 우수했다면 나머지 전 세계 수백 개의 임플란트 회사는 문을 닫았을 것이다.
국내에도 50여 개 임플란트 회사가 있다. 식약청의 철저한 사전검사를 통과한 제품만 판매한다. 국내 검사기준은 미국과 비슷하거나 더 철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서 국산과 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필자가 아는 한 외제가 국산보다 성공률이 더 좋다는 어떤 객관적 증거도 없다.
필자도 1999~2005년 외제 임플란트만 쓰다가 2005년 후반부터 대부분 국산으로 수술한다. 오히려 수술 성공률은 더 좋아졌다. 그것은 재료가 더 좋아서가 아니다. 의사가 경험과 축적된 지식 때문이다. 결국 임플란트 수술의 성공률은 의사의 능력에 달려있는 셈이다. 환자에게 외제와 국산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관습의 결과일 따름이다.
박준홍 대구 닥터홍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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