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여느 때보다

지난겨울 추운 날씨가 39일 동안 지속돼 1983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긴 한파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자연의 순리는 거스를 수 없는 모양이다. 땅속의 벌레들이 얼음이 풀리고 우레가 울려 비가 오는 데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경칩이 지나갔다.

오늘은 일 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다. 여기저기서 꽃 소식이 전해지는 화창한 봄이 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간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힘차게 도약할 때이다.

"최근 고 이태석 신부의 감동적 이야기 '울지마 톤즈' 열풍이 불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인라인을 타고 출퇴근하고, 자전거처럼 전국 어느 곳이든지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인라인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앞서 문장에 나오는 '여느'와 '어느'를 구분해 '여느'는 특별하지 않고 예사로움을 뜻하거나 그 밖의 다른 것을 나타내며 '어느'는 분명하지 않은 사물이나 사람'때'곳 따위를 막연히 가리키는 단어로 둘 다 관형사다. 특정한 것과 대조되는 다수와 관련될 때는 '여느', 여럿 가운데서 꼭 집어 말할 필요가 없는 막연한 사람이나 사물을 이를 때는 '어느'로 구분한다. "여느 때와 다르다." "어느 누구도 모른다."로 쓰인다.

'이제'와 '인제'도 유사한 뜻을 지니기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명사로 쓰일 때는 둘 다 바로 이때라는 뜻이다. 부사로 쓰일 때 '이제'는 바로 이때에라는 뜻으로 "어제까지는 너무 아팠지만 이제는 다 나았다." "하늘은 시꺼멓게 꽉 닫히고, 무겁게 드리운 구름은 이제라도 비가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로 쓰인다. '인제'는 이제에 이르러를 뜻하며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마는 인제 어떻게 할 셈이냐?"로 활용한다. '이제'는 말하고 있는 바로 지금으로 지나간 때와 단절된 느낌을 주며. '인제'는 지금으로부터 곧, 앞으로를 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고, 늘 번잡한 일에 매달리다 보니 매일매일 전투를 하듯 어디엔가 쫓기며 살고 있다. 이럴수록 휴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 참된 쉼이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이 고요해야 호수 표면에 하늘의 달그림자도, 산 그림자도 담아낼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 행복감을 느낄까. 하루 일을 끝냈을 때, 아침 이슬을 머금은 꽃잎을 볼 때, 냇가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때,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바라볼 때, 작은 칭찬을 들을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새로운 날에 대한 감사와 그 순간순간을 마주한다는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여느 때보다 행복한 한 주간이 되도록 모두 힘을 내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