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장보기, 누구위한 행사냐" 상인들 분통

안동 중앙신시장을 찾은 구매사절단이 떡은 사지 않고 시식만 하고 가자 시장상인이 화를 내고 있다. 권오석기자
안동 중앙신시장을 찾은 구매사절단이 떡은 사지 않고 시식만 하고 가자 시장상인이 화를 내고 있다. 권오석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권오을 (사진 왼쪽) 국회 사무총장과 김광림(사진 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국회의원 등 두 정치인의 기 싸움에 권영세(왼쪽에서 두 번째) 안동시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권오석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권오을 (사진 왼쪽) 국회 사무총장과 김광림(사진 위 오른쪽에서 두 번째) 국회의원 등 두 정치인의 기 싸움에 권영세(왼쪽에서 두 번째) 안동시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권오석기자

구제역으로 침체된 안동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던 대규모의 장보기 행사가 실질적인 구매 행사가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져 왔던 추진과정과 행사규모에 비해 현장 상인들이 느낀 참여객들의 구매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다 행사 과정에서 전'현직 정치인들의 신경전과 선거법위반 감시 등으로 '일회성에 그친 정치적 쇼에 안동시가 찬조 출연했다'는 혹평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지역에서는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 등 지역경제살리기 취지의 도시 소비자 초청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파를 초월한 정치인들의 화합, 안동시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구체적 계획 수립, 도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지속적 행사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오전 11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회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3천여 명의 '안동 전통시장 방문 구매사절단'은 안동탈춤공원에 도착해 환영행사를 갖고 중앙신시장과 구시장 등 지역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가진 뒤 하회마을을 관광하고 오후 5시 서울로 상경했다.

환영식에서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등은 인사말을 통해 행사의 숨은 공로자로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을 치켜 세웠으며, 이에 질세라 김광림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시'도의원을 단상으로 불러내 세를 과시하기도 하는 등 시작부터 전'현직 정치인들의 신경전으로 얼룩졌다.

실제로 이들의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와 관련해 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행사장을 찾은 김정호(58'안동시 태화동) 씨는 "안동경제를 살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한 것은 좋지만 3천여 명이 한꺼번에 장보기 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 같다"며 "단체로 이동하기도 힘들 텐데 제대로 장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찾은 구매사절단도 구경만 할 뿐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영양가오리찜 조정기(70) 대표는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고 맛을 보고, 구경만 하고 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오히려 시장만 복잡해져 시민들이 장을 보러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문어 황분예(52'여) 대표는 "12만원짜리 문어 한 마리가 시식용으로 나갔다"며 "이런 식의 장보기 행사라면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게다가 안동시가 1천만원을 들여 구매사절단에 지원한 장바구니도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차라리 상인들에게 나눠줘 물건을 많이 구입한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부자정육점 신점여(43'여) 대표는 "대규모 구매사절단이 방문한다기에 내심 기대했지만 구제역 때문인지 정육코너는 외면만 받았다"며 "차라리 장바구니를 상인들에게 나눠줬더라면 진짜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들이 득을 볼 건데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고 꼬집었다.

안동지역 소상공인 단체 한 관계자는 "장보기 행사는 200, 300여 명이 적당하다. 3천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밖으로 보여지는 대규모 행사 이미지와는 달리 실속을 챙기기란 어렵다"며 "앞으로 정치인들이 정파와 대결구도를 초월해 그야말로 안동경제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참여해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계속되는 장보기 행사로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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