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가 20일 잠실체육관에서 서울 삼성에 77대79로 패하며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와 같은 15승39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오리온스는 2시즌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오리온스는 김승현과 연봉을 둘러싼 갈등을 빚으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오리온스는 4시즌 연속 10위-9위-10위-10위의 수모를 당했지만 팀 재건 의지를 보이지 않아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예고된 꼴찌
오리온스는 선수 보강 없이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데려온 선수는 37살의 노장 박훈근뿐이다. 오리온스의 전성기를 이끈 포인트가드 김승현의 공백을 메울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 2년차 신인급 선수로 팀을 꾸린 오리온스는 초반부터 바닥을 기었다. 해결사 부재 속에 이기던 경기는 후반에 뒤집히기 일쑤였고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들에게서는 투지를 찾을 수 없었다.
실질적인 1순위로 뽑은 외국인 선수 글렌 맥거원은 잦은 부상에 힘을 내지 못했고, 들쭉날쭉한 기량 때문에 퇴출카드를 꺼내야 했다. 박유민과 박재현 등 신인들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경험 부족의 한계까지 넘지는 못했다. 이동준의 기량이 향상됐으나 구심점이 되기엔 다소 모자랐다.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은 "시즌 초반 이길 수 있었던 경기들을 놓치면서 그 흐름이 쭉 이어졌다.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지만 오랜 기간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승부를 일찍 포기할 때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김남기 감독은 재계약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 없으면 미래 없다.
오리온스는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꼴찌 탈출은 물론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6강 진출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구단의 적극적 투자 등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위기 탈출이 어렵다.
오리온스는 2006-2007시즌(4위) 이후 매년 팀이 하락세를 걸었지만 팀 개편에는 소극적이었다. 신인드래프트를 제외하고는 전력보강이 전무했다. 그나마도 몇 년간 신인선수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상위지명권을 얻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구단의 투자, 사령탑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리빌딩 없이 특정 선수에 의존한 탓이 크다.
오리온스는 다음 시즌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지명한 장신 포워드 최진수의 가세와 올 시즌 기량발전상 후보로 언급될 만큼 기량이 부쩍 는 이동준을 팀의 전력 상승을 이끌 중심 선수로 주목하고 있다. 2008-2009시즌 이후 2년여 만에 팀에 복귀한 전정규의 득점포와 2년차로 접어드는 박유민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오리온스는 성적 하락과 김승현 문제로 구겨진 구단 이미지를 좋은 성적으로 씻어내려는 노력 못지않게 연고지인 대구시민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2010-2011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순위
순위 팀명 승패 승차
1 KT 41승13패 -
2 전자랜드 38승16패 3.0
3 KCC 34승20패 7.0
4 동부 31승23패 10.0
5 LG 28승26패 13.0
6 삼성 27승27패 14.0
7 SK 20승34패 21.0
8 모비스 20승34패 21.0
9 인삼공사 16승38패 25.0
10 오리온스 15승39패 26.0
*승차는 선두와 차이 *7-8위는 상대 전적에서 5승1패로 앞선 SK가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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