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2층 이하 건물에 대해서도 내진설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현재 건축법에는 3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만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의 80% 이상이 2층 이하 건물이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최근 고층건물보다 상대적으로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저층건물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1, 2층 건물의 내진 강화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저층 건물이 더 위험
2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에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화가 도입된 것은 1988년이었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지켜본 정부가 내진설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3층 이상 또는 전체면적 1천㎡ 이상 건물을 내진설계 대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국내 건축물 중 84%를 차지하는 2층 이하 소규모 조적조 건축물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지 않아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지은 1, 2층 조적조 건축물은 약한 지진에도 벽이 무너지며 붕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무너진 건물 가운데 94%가 3층 이하의 건물이었다. 1999년 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7.6 지진에 460개 건축물이 무너졌는데, 5층 이하 건축물이 436개로 95%를 차지했다. 2008년 6만9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 쓰촨성 대지진에서도 저층 건물이 대거 붕괴돼 피해를 키웠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이후 벽돌과 블록을 이용한 2층 이하 조적조 건축물이 급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적조 건물은 철근이 포함된 기둥이 없고, 노후화돼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성무 영남대 교수는 "벽돌 건물이 지진에 가장 취약하다. 특히 기둥이 없는 저층건물은 약한 지진에도 힘없이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1, 2층 단독주택은 대부분 서민들이 살고, 통상 대가족이다 보니 문제발생 시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2층 이하 건물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일자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울산 남을)은 최근 2층 이하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성능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2층 이하 건축물 내진 성능 강화 ▷내진 적합 판정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저층 내진 보강 어떻게
내진설계의 기본은 시공할 때 더 많은 철근을 투입하는 것이다.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는 철근의 특성상 많이 사용할수록 건물의 붕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진설계는 건축물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진다. 목조, 철근콘크리트, 철골, 조적조(벽돌) 건축물은 각 구조체가 달라 특성에 맞게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또 기존 건축물에 내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내진보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내진보강은 ▷건축물 자체에 강도를 높여 지진에 견디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내력 향상) ▷연성을 높이는 방법(연성 개선)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축물의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제진, 면진 등의 방법이 있다.
한 건설업자는 "대지진 주기가 100~150년이고,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 견뎌줄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내진보강 방식과 비용이 업체마다 모두 다르다"며 "정부가 내진설계 및 내진보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이미 지어진 건물에 내진설계를 보강할 경우 새로 지을 때보다 더 많은 건축비용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설물의 특성에 따라 저층건물의 내진보강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기존 건축물의 벽체가 기능을 상실해 완파 위험성이 큰 건축물에는 철골 구조를 신설하고 ▷단독주택은 섬유보강제를 벽체에 부착하거나 외벽에 나선철물을 보강하며 ▷다가구 주택은 벽체와 슬래브의 연결부에 앵글을 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박성무 영남대 교수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내진의 효과가 있는 건축 방법이 많이 있다. 건물의 특성과 취약 부분을 잘 살펴서 보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도 내진설계 및 내진보강에 대한 가이드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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