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자연계열 수리 출제 분석

최근 들어 자연계열의 논술시험은 통합교과형 보다 수학과 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교과목의 구분이 분명해지고 있다. 반면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치르는 학교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2011학년도 자연계 논술 기출 문제 중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의 수학 관련 문항을 풀이하는데 필요한 내용 지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를 보면 현재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전치행렬, 이상적분)도 보이는데, 주로 수열, 극한, 미분, 적분 등 소위 해석영역의 수학 문항들이 많이 출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생활 상황을 수학적으로 표현하여 문제를 해결한 뒤 그 결과를 실생활 상황에서 다시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링을 활용한 문항도 있었다.

사실 미적분학은 수학의 다른 영역(대수, 기하 등)보다 관련 정의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잘 알려진 정리(공식)를 적절하게 이용해 복잡한 계산을 끈기있게 풀이하는 고도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하는 문제는 문장제 수준을 넘어서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이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수학과 과학기술의 연계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맥락 속의 수학'이 점점 더 강조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의 수리논술 문제는 전형적인 수학 문항의 형태로 출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문두에서 '설명하시오'를 '증명하시오'로 바꾸어 넣어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따라서 분명한 수학 문항 형태의 문제(논제)에 대한 풀이는 당연히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어쭙잖게 풀이를 문장으로 풀어 쓰려다가 잘못된 용어를 선택할 수도 있고, 진술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거나 심각한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수학에서의 풀이는 서로 필요충분 조건을 차례로 나열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수학적 진술에 대한 필요충분조건들을 찾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이 길러져 그에 따른 진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실제로 모의 논술 채점이나 모의 구술면접을 해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풀듯이 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풀이를 구태여 문장으로 풀어쓰는 과정에서 감점 요인이 많이 발생한다. 풀이를 써내려 가는 과정에서도 필요충분조건을 잘 몰라서 어느 단계부터는 모순이 생겨 틀린 답으로 귀결 짓게 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

고교 3년 내내 수학문제를 논리정연하게 풀이하는 것을 익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모든 시험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음을 본다면 자연계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이나 일부러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 대학 교양수학의 내용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계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내용이 굳이 필요하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 내에 있는 과학고등학교의 고급수학 정도가 적합할 것이다.

윤정호(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매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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