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알랑 델롬 작 '한나'

굳은 표정'꽉 잡힌 손, 욕망에 재단된 동심

50X33cm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작
50X33cm 디지털 프린트 2007년 작

4, 5살쯤 되는 예쁜 여자아이들이 저마다 깜직한 화장을 하고 케이크 앞에서 포즈를 잡고 앉아있다. 모두들 케이크 앞에서 부모들의 손길을 받으며 광고 사진의 인형처럼 화려하게 치장되어 앉아있지만 사실 아이들의 표정들은 아이들이 가지는 천진무구함이 어딘가 결여돼 있다.

총 21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알랑 델롬의 '작은 인형' 시리즈는 아이들을 꾸밈없이 촬영한 사진이다. 다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디지털작업을 통해 부모들의 사회적 욕망을 극명하게 드러내도록 각색된 작품들이다. 작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아이돌을 우상화하며 그 대상을 따라 똑같이 닮고 싶어하는 사회현상과 함께 미성숙한 소녀에 대해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소위 롤리타 현상을 꼬집는다.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바비 인형과도 같은 화장과 인공적으로 과장된 색채감은 어린 소녀와 여인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트러트린다. 작가는 이 작은 소녀들을 권력적인 부모의 욕구에 대리 만족되어지는 작은 인형으로, 그리고 농염한 색채를 통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사회적인 욕망의 산물로 관객에게 예쁘지만 섬뜩한 경고로 다가온다. 독립큐레이터 진선희

▶전시='누벨바그-프랑스 젊은 사진작가들의 시각전'/ ~4월 30일 / 경북대미술관 053)950-7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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