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화 그려진 빛바랜 골목길 따라 드라마 속으로

통영 동피랑마을은 벽화 하나로 관광명소가 된 대표적인 곳이다.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아무도 찾지 않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연간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통영에 동피랑마을이 있다면 청주에는 수암골이 있다. 수암골은 요즘 가장 주목 받는 관광 1번지다.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주민들이 '오후 9시 이후에는 관람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를 내걸 정도다. 벽화 뿐 아니라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을 날리면서 수암골을 다녀오는 관광 상품도 등장했다.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에 자리잡은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세운 정착촌이다. 내세울 것 없는 작은 동네에 불과했던 수암골은 2007년 공공미술프로젝트 일환으로 벽화 그리기가 진행되면서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빛 바랜 담벼락에 동화 같은 그림들이 하나 둘 피어나면서 정감어린 동네로 환골탈태했다.

수암골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때문이다. 2009년 방송된 SBS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 이어 지난해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 무대가 되면서 벽화마을 수암골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라 언덕길을 올라 수암골에 닿으면 '팔봉제빵점'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드라마 속에서 김탁구가 하얀 밀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제빵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곳이다. 카페로 단장된 팔봉제빵점에 들어서면 주인공 김탁구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드라마 포스터와 사진뿐 아니라 시나리오도 전시돼 있어 드라마를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빵을 사먹는 것도 팔봉제빵점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다.

길 하나 사이에 두고 팔봉제빵점과 마주한 수암골 미니슈퍼 '삼충상회'를 지나면 본격적인 수암골 여행이 시작된다. 좁은 골목길을 가득 수놓은 아기자기한 벽화들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 초입에는 수암골 관광안내도인 골목지도가 그려져 있다. 수암골 골목은 '밭전'(田) 자 형태로 이어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을 이정표 삼아 걸으면 된다.

두꺼비 집을 만들어 놓고 친구를 부르는 소년, 숨바꼭질을 하는 소녀, 병아리와 산책 나온 수탉 등 정감어린 벽화와 '김탁구의 여자친구 신유경의 자취방'이라는 문패가 붙은 집을 두루 구경한 뒤 수암골 끝자락에 닿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암골 전경뿐 아니라 청주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대구~경부고속도로~김천분기점 중부내륙고속도로~낙동분기점 당진상주고속도로~문의IC~청주 시청 방향~우암오거리 청주공항 방면 우회전한 뒤 수동로를 따라 가면 수암골이다.

◆여기도 들리세요

청주에는 성안길을 비롯해 고인쇄박물관, 상당산성 등이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수암골 전망대에서 우암산 순환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성안길이다. 성안길은 '청주성 안쪽의 길'이라는 뜻. 청주의 명동으로 불릴 만큼 젊음이 넘치는 거리다. '카인과 아벨'의 남녀주인공이 데이트를 즐겼던 이 곳에는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한 유명한 우동집이 있다. 청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성문우동'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깔끔하고 푸짐한 우동이 일품이다.

청주의 자랑거리인 고인쇄박물관은 흥덕사지에 자리잡고 있다. 흥덕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곳. 고인쇄박물관에 가면 신라'고려'조선시대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이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고 활자 만드는 방법과 인쇄 과정도 밀납인형을 통해 재현돼 있어 우리나라 고인쇄문화 발달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국립청주박물관 인근에 있는 상당산성은 4.2㎞에 이르는 완만한 성벽길이 연결돼 있어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산성 입구인 남문에서 출발해 서문과 동장대를 거쳐 다시 남문으로 돌아 나오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울창한 숲의 싱그러움을 즐길 수 있다.

청주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또다른 관광명소 중 하나는 청남대다. 청주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청남대는 20여년간 대통령들의 휴양지로만 사용돼다 2003년 일반에게 개방되면서 만인의 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 대통령이 머물던 본관과 대통령역사문화관, 호반 산책로 등이 있어 연중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남대 가는길에는 푸른 대청호가 자리잡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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