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16세기 르네상스를 통해 세계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르네상스 운동이 중세 유럽의 어둡고 우울한 터널을 통과하는 동력으로 작동하면서 이탈리아는 세계 일등국가로 올라섰다.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경제를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했다.
프랑스는 18세기 말에 대혁명을 통해 인권이 그 어떤 것보다 높은 가치임을 입증하고 민주주의를 인류에 전파하면서 새로운 100년을 열었다. 미국은 IT, BT로 20세기 지구촌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한 뒤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사는 매 세기마다 새로운 기술, 혁신적인 트렌드를 개발하고 선점한 국가가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90년이나 남은 21세기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무엇으로 왕좌에 등극할 것인가?
기초과학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관한 한 2등 국가였다.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캐치업(Catch-up) 전략'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없이 저렴하게 남의 기술을 모방해 산업화하는 2등 전략 모델을 택했다.
이 때문에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21세기 세계 일등국가의 염원에다 앞으로 100년 먹을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져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와 성과물에 관한 한 이재영 한동대교수의 '원경임해 어망득홍론'(遠京臨海 魚網得鴻論)이 압권이다. '원경임해'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며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가 적지라는 얘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성공한 과학도시들은 모두 바다를 끼고 있으며 수도인 워싱턴 DC와 떨어져 있다. 스탠퍼드 대학이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하버드, MIT가 있는 보스턴, 듀크대학이 있는 트라이앵글이 그렇다.
반면 일본 쓰쿠바교육연구단지는 도쿄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해 실패사례로 꼽힌다. 연구원들이 도쿄에서 출퇴근하는 바람에 출퇴근에 시간을 뺏기고 집중력이 떨어져 연구성과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망득홍'은 물고기 잡는 그물에 기러기가 잡힌다는 말이다. 학문 간 교류를 하다 보면 생각지 않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해 대박이 난다는 뜻이다. 기초과학을 열심히 하다 보면 21세기 전 인류의 최대 과제인 GT(Green Technology)와 같은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도 있는데 이게 바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한 어망득홍의 지향점이다. GT산업과 바다는 궁합이 딱 맞아떨어지는 성공 방정식이다.
영남권이 적지라는 믿음의 심층에는 '노벨상 사관학교'라 불리는 막스플랑크 한국연구소의 포항 선택이 자리 잡고 있다. 막스플랑크는 피터 글루스 총재가 직접 포항을 찾아와 지곡단지의 정주 여건과 연구 인프라를 둘러본 뒤 아시아의 쟁쟁한 도시와 대학 연구기관을 제치고 결정했다.
시야를 영남권으로 넓혀보자. 영남권 벨트는 구미의 IT,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 포항의 철강과 신소재, 울산의 자동차와 정유, 조선 등 국내 최고의 산업 인프라가 띠처럼 묶여 있는 곳이다. 이 띠에 기초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뽑아낸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자는 것이 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이다.
연구 인프라도 우수하다. 포항의 방사광가속기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 등 58개 연구소에 4천여 명의 연구 인력이 밤을 밝히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주 여건은 어떤가? 포항의 지곡단지 외에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는 문화재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외국의 연구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공자는 '분발하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고 애태우지 않으면 일러주지 않는다'고 했다. '알라딘 효과'는 간절히 원하면 알라딘 램프처럼 원하는 것을 얻게 해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지역민들이 나서야 한다. 간절하게 소망하고 국가 백년대계에 대한 염원을 가져야 세계 일등 국가의 꿈을 이룰 수 있다. 40여 년 전 포스코와 기계면 문성리의 새마을운동을 통해 영일만의 기적을 이뤘고, 영일만 기적이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것처럼 지역에서 21세기 세계 일등국가의 꿈을 점화시켜 제2의 영일만 기적,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는 요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생각에 날마다 알라딘의 요정 '지니'를 만난다.
박승호(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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