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다시 도진 사회적 관음증, 바람직하지 않아

몇 년 전, 학력 위조와 청와대 고위층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던 신정아 씨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신의 수인(囚人) 번호를 딴 자전 에세이집 '4001'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호소는 물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기자 출신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비난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신 씨의 책 출간에 따른 반향은 가히 폭발적이다. 발매 첫날 2만 부가 팔렸다. 이례적으로 초판을 5만 부나 찍은 출판사에 따르면 이미 모두 출고했으며, 재판 발매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신 씨와 출판사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전략이었다면 일단 크게 성공한 셈이다.

분명히 신 씨 사건은 세인의 관심을 끌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미모의 젊은 여성의 고속 성장, 부적절한 관계를 통한 권력층의 비호, 급속한 추락과 수감으로 이어지면서 삼류 통속 소설에나 나올 법한 줄거리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잊힐 만하자 그 주인공이 또 다른 폭탄급 이야깃거리를 들고 나타났으니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책 출간은 자유이고, 그 내용에 따른 모든 책임은 지은이가 지면 된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한풀이와 비슷한 폭로성 내용에 사회가 요동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형적인 사회적 관음증(觀淫症) 현상이다. 몇몇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내용이지만 재미만 있으면 사실 여부는 뒷전이다. 이번의 파장은 우리 사회에 건강한 도덕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던졌지만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