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개구리 소년의 사랑니

해부학은 인간의 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세분화하면 근육과 골격계, 신경계, 순환기계, 내분비계 등의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미술 해부학은 그 중에서도 근골격계에 대해 주로 연구한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당시 전문의들보다 더 많은 사체를 불법으로 해부했다고 한다. 그들의 회화와 조각에 나타난 인체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묘사는 모두 이 실습 덕분이다. 몸의 구조적 기능과 조형적 구조는 신비롭고 아름답다.

잘 발달된 남성의 삼각근, 등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척추의 만곡, 허리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다 보기 좋게 솟아오른 대둔근과 중둔근의 엉덩이 라인은 가히 예술적이다. 여성의 골반은 남성보다 얕으면서도 옆으로 딱 벌어진 형태인데, 그 곡선은 우아하고도 조형적이다. 상체와 가는 허리를 받쳐주며 피부 아래에서 융기한 장골능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골반의 윗부분이다. 왕조 초기에는 미인의 얼굴이 후덕하고 턱이 두툼한 형상으로 그려지며, 후기로 갈수록 신윤복의 미인도처럼 턱이 가늘고 날렵하게 묘사된다. 인간의 얼굴은 좌우 대칭일 때 아름답게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칭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얼굴은 왼쪽이 더 부드럽고 아름다운데 이는 감성적인 오른쪽 뇌의 영향이라 한다. 입 주위의 복잡하고 정교한 미소근(옆으로 당겨주고 위로 올려주는 섬세한 근육들)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정교한 옵션이다.

인간의 몸을 구석구석 탐구해 나가다 보면, 그 구조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다양한 신화와 상징들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을 소재로 인문학적 사유를 전개해 나가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다. 나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고 싶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최근 개구리 소년들의 실종 사건을 다룬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사건 당시 유골을 분석한 경북대 법의학 교실팀은 최종적으로 타살이란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떠들썩했던 이 사건은 수많은 의문만을 증폭시킨 채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다. 2002년 당시 나는 이 법의학 교실에서 소년들의 유골을 볼 기회가 있었다. 두개골에는 날카로운 삼각형의 상흔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건 그 상처가 아니었다. 조그만 개구리 소년의 두개골을 살펴보던 내 시선은 소년의 하악골(아래턱뼈) 맨 안쪽에서 멈췄다. 그것은 미처 올라오지 못한 채 하악골 깊이 박혀 있는 소년의 사랑니였다. 성인이 되고, 사랑할 때쯤이면 잇몸을 뚫고 올라온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랑니. 미처 피어나지 못한 소년의 사랑니, 하악골 깊이 잠복한 채 설레는 청춘을 기다리고 있는 개구리 소년의 사랑니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다.

리우 미디어설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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