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이영하 감사원 금융기금감사국 제4과장

공인회계사 출신…4대 연기금 부실하게 운영되면 피해는 국민의 몫

감사원의 핵심 부서로는 재정경제감사국과 금융기금감사국이 꼽힌다. 재정경제감사국은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 경제 관련 부처를 맡고 있고, 금융기금감사국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직원들의 근무 선호도도 높아 엘리트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구 출신의 이영하(47) 금융기금감사국 제4과장도 감사원을 이끌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언론과 마찬가지로 감사원이 없다면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조직인 셈이죠. 저희 부서가 감사하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기금이 부실'방만하게 운영된다면 국민들에게 돌아갈 피해는 엄청나지 않겠습니까?"

감사원은 일반 부처와 달리 직원들의 '출신 성분'이 다양한 편이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다른 부처에서 스카우트해 오기도 하고 민간인 출신도 활발히 영입하고 있다.

1996년 감사원에 들어온 이 과장은 공인회계사(CPA) 출신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신인 증권감독원에 근무하면서 국내 증권 관련 자격시험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증권분석사(CIA) 자격도 취득했다.

"공인회계사는 민간 영역이지만 공적인 역할도 큽니다. 공익을 위해 제대로 한번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는데 마침 감사원에서 CPA 자격증 소지자를 뽑기에 주저없이 지원했습니다. 고생은 엄청 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는 다만 바쁜 공직생활 때문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특히 공무원의 박봉으로 3남매를 키운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감사원 전입 후 첫 월급을 받던 날, 집사람이 '월급을 두 번 나눠서 주냐'고 묻더군요. 하하하. 제가 대형 회계법인에 계속 있었더라면 경제적 형편은 훨씬 낫겠지만 돈만이 행복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딸아이와 둘이서 문경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는데 아주 좋더군요."

공직을 천직으로 여기게 된 것은 젊은 시절 경찰관으로 활약했던 모친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선친께서 일찍 돌아가신 뒤 홀로 집안을 책임지셨지만 어머니께서는 살림 형편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는 말씀을 더 자주 하셨습니다. 저도 '세상에 빛이 되자'를 가훈으로 정해두고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법을 늘 강조합니다."

온화한 이미지와 달리 학창시절 별명이 '산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얼굴색이 검은 편인데다가 면도도 잘 안 했고, 성격마저 괄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화낸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부서원들과도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천재 1명보다는 단합된 팀워크가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직 은퇴 이후에는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는 대구 삼덕초교'대성중'능인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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