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문무왕 때 호국사찰로 창건된 경주 사천왕사(四天王寺) 터에서 사천왕사 창건 관련 내용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적비의 조각(사진)이 발견됐다.
이 조각에서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神) 중 하나인 '신장'(神將)이라는 문구가 확인됨으로써 앞서 이 사찰의 목탑터에서 출토된 녹색 유약을 바른 벽돌(녹유전)의 정체를 둘러싼 한국미술사학계의 해묵은 논쟁이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가람 구조와 사역(寺域) 확인을 위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절터 남쪽에 위치한 한 쌍의 귀부(龜趺'거북 모양 비석받침) 중 동편 귀부 앞쪽 기단 석열(石列)에서 사천왕사 사적비의 일부로 추정되는 조각 1점과 이수(비석 윗부분의 용무늬 장식) 조각 1점을 이달 17일 각각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화강암 재질인 이 석비 조각은 가로 55㎝, 세로 11㎝, 두께 14㎝ 정도로, 매끈하게 다듬은 비면에 3.5㎝가량 되는 간격으로 가로와 세로로 음각선을 넣고 그 안에 글자를 새겼다.
연구소 측은 "가로로 길게 조각난 형태의 비 조각으로, 비문은 15행 정도 확인됐으며 글자는 2~2.5㎝ 크기에 해서체로 통일신라시대 석비에서 보이는 각자법(글자 새김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행당 글자가 1~3자씩밖에 존재하지 않아 문자는 선명하지만 문맥이 거의 연결되지 않는 데다 내용 역시 알기 어렵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비문 조각에서 확인된 글자는 신장(神將) 대왕(大王) 16일(十六日) 거악(巨嶽) 특(特) 도(道) 이(而) 강(疆) 월(月) 철(徹) 영(英) 등의 30자 정도다. 이 중에서도 '신장'이라는 글자는 사천왕사 목탑터 출토 녹유전에 표현된 조각의 정체와 관련해 비상한 주목을 끈다.
그동안 이 녹유전 조각에 대해 신장의 일종인 '팔부신중'(八部神衆)으로 보는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학설과 '사천왕'(四天王)으로 간주하는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의 주장으로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이번에 통일신라시대에 작성한 사천왕사 추정 사적비에 '신장'이라는 글자가 확인됨으로써 녹유전의 정체는 '신장'일 가능성이 한층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비 조각이 발견된 곳과 가까운 지점에서는 이수 부분의 용 비늘 무늬를 새긴 석재(잔존 크기 15.5~18㎝) 1점도 같이 발견됐다.
경주연구소 박종익 학예실장은 "이수 역시 조각이 정교하고 통일신라시대의 조형성을 보이므로 비 조각과 이수는 원래 같은 비석의 일부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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