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25일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평가위원들이 벌인 현장실사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밀양 하남들의 산 절개와 가덕도 해양매립 문제는 밀양 측의 주장이 신뢰도와 가능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산시는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산을 깎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업비가 들어간다"고 주장했고, 밀양시는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를 매립할 토사를 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바닷속 연약지반을 개량하는 확실한 공법이 없어 공항을 건설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밀양 하남들 산 절개=부산 측은 "25~29개의 산봉우리를 깎아야 하고, 절토량은 2.1억~5억㎥"라며 "절취된 토사(5억㎥)를 운반 처리하는 데 수십 년이 소요되고, 각종 민원과 환경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시공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산지 훼손에 따른 복구에 드는 성토면적만 1만430㎡이고, 절개에 따른 복원비용은 8천억원이 든다"고 했다. 부산 측은 "산지 절개로 인해 비가 오면 토사 유출로 화포늪과 낙동강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무척산과 봉화산도 절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밀양 측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라 절취가 필요한 산은 10개이고, 절토량은 1.86억㎥에 불과하다"며 "부산 측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절취된 토사는 모두 부지 조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척산은 공사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로 활주로를 배치하면 절취 대상에서 제외되고, 봉화산은 항공기 운항 절차 수립을 통해 존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천공항의 사례를 들어 컨베이어벨트로 토사를 운반하면 트럭으로 운반하는 것에 비해 30% 공사비가 절감되고, 공사 기간 내에 운반이 가능하다는 것이 밀양 측의 주장이다.
이우진 고려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절토를 하면 환경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토목공사에서 기본은 절취한 흙과 성토한 흙의 양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가에 달려 있다"며 "밀양은 절토한 흙을 모두 성토에 사용되기 때문에 공사비 측면에서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가덕도 해상매립 사업비=부산 측은 평균 수심이 16m로 성토량이 1억3천100만㎥라고 주장했다. 토사는 반경 10㎞ 이내에 있는 가덕도 내의 산과 인근 욕망산, 송도에서 절취하고, 성토에 필요한 해사(바다모래)는 100㎞ 거리에 있는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공해에서 수급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비용은 4조6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밀양 측은 "수심 20~25m를 매립하는 데 성토량만 2억2천만㎥로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고, 매립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어민'환경단체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기관이 가덕도 공사비로 20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실제 25일 밀양시청에서 열린 보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박경진 우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인천공항은 해수면에서 7m를 올렸다. 하지만 남해안은 서해안보다 기상 변화가 심해 가덕도의 경우 인천공항보다 2배는 높게 활주로를 만들어야 한다.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경북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수심이 깊은 곳은 45m나 된다. 이 때문에 어마어마한 성토량이 필요한데 이를 구할 곳이 없다"며 "반면 밀양은 부지조성비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우진 고려대 교수도 "가덕도는 매립할 흙의 양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공사비를 추정할 수 없다. 공해상이나 외해에서 가져와야 하고, 외국 장비도 들여와야 한다"며 "또 가덕도의 연약지반 깊이가 40~60m인데 연약지반 개량 공사에 수천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가덕도는 자연재해 불리=설명회에서는 권창기 울산발전연구원 기획실장이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다.
권 실장은 "동남권 주민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려면 평균 6시간 이상 소요되고, 오전에 출발해서 인천공항에서 국제선을 타기는 불가능하다"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권 실장은 75㎞ 반경 내 인구가 밀양(1천80만4천 명)이 가덕도(716만9천 명)에 비해 많아 수요가 더 높고, 영남권 항공화물도 경북(33%), 울산(29%), 경남(24%)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사업비도 밀양이 8조5천억원으로 가덕도(10조~16조원)에 비해 적게 들며, 편익(B/C)도 1.05라고 설명했다.
가덕도는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2003년 태풍 매미가 닥쳤을 때 최대 풍속 52m/s로 부산항만의 크레인 6기가 붕괴했고, 공식 피해액만 1천63억원에 이르렀다"며 "가덕도는 해양공항인 간사이, 하네다, 주부, 첵랍콕 공항과 달리 외항에 있는 탓에 특히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권 실장은"밀양은 1시간 이내에 대구경북의 주요도시에 접근 가능하지만 가덕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밀양은 KTX, 대구~부산고속도로, 경전선,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등 연계 교통망이 완비돼 있지만 가덕도는 기존 교통망이 없어 신규 접근 인프라 건설에 3조원 이상 추가 소요된다고 했다.
환경 측면에서 권 실장은 "밀양은 대부분 생태자연 3등급 지역이어서 보호대상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종이 없고, 개발 또는 이용대상 지역이다. 하지만 가덕도는 대부분 생태자연 1등급 지역으로 보전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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