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위풍당당' 양준혁 군, 자네를 야구장에서 보고 싶네

"야구만 하고 살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교단을 지켜야 할 대학교수가 TV 연예프로그램을 넘나들면서 가볍게 처신하는 것이 보기 민망하듯이, 전설적인 스포츠스타가 TV에 출연하여 우스갯소리나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어색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그 선택은 본인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만인과 함께 한 공인이라는 인식이 전제되면 외부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는 선택의 조건이 된다. 이러한 생각이 기성세대의 노파심으로 치부되어야 한다면 말을 말아야 하겠지만, 연민의 정이 남아 있는 스포츠계 선배로서의 애정 어린 충고라면 한번쯤 귀를 기울여도 되지 않을까?

그러한 면에서 최근 야구스타였던 양준혁 선수의 행로는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이니 "야구만 하고 살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추앙한 것이 야구였던 것만은 사실 아닌가? 그리고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또한 어떻든 야구가 아니겠는가? 인생행로의 선택은 시기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양준혁에겐 은퇴한 직후인 지금이 '제2의 인생'을 여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잘못된 선택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아니라,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게 된다. 인생선배로서 그를 지키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기득권 있는 집단이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다가 내팽개치는 행태를 수도 없이 보아 왔던 것이다.

2001년 12월 한 일간지에 '양준혁 붙잡아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프로 진출 1년을 연기하면서까지 삼성을 선택한 그를 삼성은 트레이드했고, 그 후 해태와 LG를 거쳐 자유계약 선수로서 마지막 보금자리를 찾고 있을 때 삼성에게 그를 재영입해야 삼성도 살고 그도 살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삼성에 있어서 야구실력 이상의 존재가치가 있었으며 당시 삼성의 선택은 양준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다리는 삼성 야구팬들의 애정과 정서였던 것이다. 그는 이후 삼성의 간판선수로 활약하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한눈팔지 않고 국내에 머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선수로서의 정상을 꾸준히 지켰다.

물론 현재 양준혁 선수가 야구장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야구해설가로서 야구장을 지키게 된 것은 결과에 관계없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보다 큰 바람이 그에게 있다면, 야구에 그의 능력을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점이다. 이는 그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선택일 뿐 아니라, 야구장에서 좀 더 오랫동안 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열망일 수 있다. 최근 그의 스포츠계열 대학원 진학도 이러한 주장을 합당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 왔다. '위풍당당'한 야구 영웅 양준혁의 모습을 야구장에서 오래도록 보고 싶다.

김 동 규(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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