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촌유학'프로그램 5년째 운영자 송난수씨

"도시·산골 학부모·지역주민 모두 만족해야"

"도시, 시골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지역 주민까지 모두 행복해야 '산촌유학'이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물리학과 수학 분야 출판업을 하다 귀농한 송난수(60'사진) 씨는 국어 교사 출신인 부인 이현숙(49) 씨와 함께 5년째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7년 경북 상주시 화북면에서 도시 아이들 9명과 함께하다 이듬해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금당실 마을로 둥지를 옮긴 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이들 부부가 '산촌유학'을 결심한 것은 방과후 대안교실에 참가한 시골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다. 과학 공부를 위해 산과 들에서 나는 야생화를 채집, 식물도감을 만들면서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어울리는 행복감을 맛본 것.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 속에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부쩍 자라나는 모습이 기뻤어요. 입시 위주의 교육에 시달리는 도시 아이들도 동참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부인 이 씨도 송 씨와 생각을 같이했다. 이 씨는 경쟁 일변도인 교육 풍토에 실망해 제도권 교단을 떠났고, 지인을 통해 산촌유학 사례를 접한 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상주에서의 산촌유학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도시 아이들이 20여 일 정도만 머물다 가도록 한 것이 한계였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빠져나가 버리니 학교 분위기는 늘 새 학기처럼 안정되지 못했다. 도시와 시골 사이들이 어울릴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끼리끼리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시골 학부모 일부는 자녀들이 도시 아이들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했다.

"결국 다른 지역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시도라 경험이 없었던 탓에 시행착오가 있었던 거죠. 예천으로 산촌유학지를 옮긴 뒤부터는 단기 캠프가 아니라 최소 한 학기 이상 전학 형태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부부는 '시골살이 맛보기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중에서 산촌유학생을 받아 귀농 가정에 머물게 한다. 시골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 다른 아이들과는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인지 등을 관찰하고 챔프 참가 소감문을 받아 본 뒤 결정을 내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의사다. 아무리 부모가 산촌유학을 원해도 아이의 의견이 우선이다.

용문초교로 전학온 도시 아이들은 곧잘 시골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 것. 유학생들이 마을 어르신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마을 축제에도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간 덕분에 지역민들도 도시 아이들을 따듯이 품게 됐다.

송 씨 부부는 이 프로그램이 곳곳에 뿌리내려 보다 많은 도시 아이들이 나눔과 어울림, 책임감을 배우고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법을 익히길 기대한다. 또 마을도 경제적 도움을 얻고 학생 수가 감소 중인 학교도 더욱 활성화되길 꿈꾼다.

"도시와 시골 아이들이 정을 나누고 부모들도 함께 어울리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다면 모두가 살맛 나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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