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다른 분야에서 보여주듯 건축디자인 분야에서도 최고 수준의 압축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나 "모든 걸 다 부수고 새로 짓는 한국의 재건축'재개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개발 방식"이라며 혀를 내두르곤 한다.
서양 문명의 발상지인 로마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유적들로 가득하다.
웅장하고 정교한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건축물들과, 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건물 잔해들이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에게 찬란했던 문명을 자랑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유적들에 감탄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처럼 수천 년 전에 세워졌던 유적들이 지금의 후손들에게 많은 부와 명예를 안겨다 주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건축기행차 그곳을 방문했을 때 '이 얼마나 훌륭한 조상들이며 축복받은 후손들인지 부럽기 짝이 없다'며 부러워했던 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곳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시 전체가 오래된 건물들과 잔해들뿐이더라'는 혹평과 함께 '역시 서양문명의 발상지다운 감명 깊은 곳이었다'고 찬사를 보내는 다양한 소감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유적들이 수천 년 전의 찬란한 서양문명의 상징이 아닌, 그 당시 기술로는 재활용을 위한 재생기술이 없어 지금까지 존치되어 왔던 그 당시 건축물의 잔해일 뿐이라는 주장을 펴는 일부 건축학자들의 의견도 있기는 하다.
당시에 개발된 로만콘크리트와 수많은 노예들은 대규모 건축을 가능하게 했으나, 대신에 한번 건축되고 나면 전쟁과 천재지변이 아니고는 그 건축물을 훼손할 수가 없었으며 그 결과 수천 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외침과 천재지변에 많은 유적들이 사라지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유적은 물론 어릴 때에 추억이 담긴 골목길이 여지없이 사라지는 요즘의 개발현장을 보면 가슴이 저려오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바로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옛날에는 어느 양반댁의 운치 있는 집터였는지, 많은 사람들이 불공을 올렸던 절터였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의 전통건축은 자연과 함께 사라지고 또다시 후손들의 손에 의해 새로 지어지는 순환의 연속이었다. 산천의 변화와 함께하는 흙과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했던 우리의 전통건축은 바로 자연건축이요, 생활건축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운치 있고 지혜로운 건축방식인가.
그러나 오직 경제논리에 의해 부수고 새로 짓는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자연을 아끼고 후손을 사랑했던 우리조상들의 배려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최근 친환경건축, 신재생건축, 공공디자인건축, 도심재생이란 말로 우리나라 전 국토에 또다시 개발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존의 역사적 자취와 손길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개발을 통해 도시를 가꿀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도시로 개발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행정가들과 도시계획가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을 생각하며 사람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한국적인 선과 향취가 배어 있는, 우리만의 새로운 개발 방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건축사사무소 원형건축 대표건축사 조 영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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