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뚱맞은 왈츠도시 "올해는 공감 얻을 수 있을까?"

대구문화재단 '10대 브랜드' 사업 3년째, 여전히 논란

대구문화재단이 2009년부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구문화재단이 2009년부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구 10대 브랜드' 사업을 두고 사업 선정의 적정성 여부, 실현 가능성 등을 두고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2010년 왈츠로 행복한 도시 공연 모습.

대구문화재단(대표 김순규)은 창립 첫해인 2009년 역점사업으로 '대구 10대 브랜드' 사업을 내걸고, 올해로 3년째 추진하고 있다. 일부 사업은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것도 있고, 일부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시작조차 못 한 것도 있다.

문화재단의 '10대 브랜드' 사업은 ▷왈츠로 행복한 도시 ▷옛 골목은 살아있다 ▷창작패션의 도시 ▷청년합창의 도시 ▷서정시 읽는 도시 ▷영상예술의 도시 ▷인디밴드의 도시 ▷소극장의 도시 ▷아시아 미술의 도시 ▷야외 뮤지컬의 도시이다. 이 중 2011년 대구문화재단이 집중하는 분야는 왈츠와 옛 골목, 청년합창, 서정시, 창작패션, 영상예술 등 6개 부문이다.

대구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문화재단의 '10대 브랜드 사업'을 두고 말이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이야기들이 '왈츠가 대구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 '무슨 근거로 10대 브랜드를 선정했느냐?'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등이었다.

◆10대 브랜드 왜 필요한가?

김순규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대도시 대구가 문화도시가 되려면 팔공산이나 갓바위 등 자연유산과 문화재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문화예술적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뉴욕의 경우 브로드웨이는 뮤지컬, 첼시는 화랑가, 링컨센터는 클래식 음악, 타임스퀘어는 대중문화의 거리입니다. 250만 대도시에 1, 2개 볼거리만으로는 흡인력 있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없습니다."

김 대표는 또 "대구 사람들은 대구를 서울 다음으로 문화예술인이 많은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로 생각하지만 외지인들은 대구를 '문화의 변방'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대구가 차별화된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 생산자 숫자가 아니라 대구를 음악도시, 미술도시, 문학도시로 볼 만한 '브랜드'가 있어야 합니다. 훌륭한 작품 없이 예술인 숫자가 많다고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김 대표는 '10대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차별화된 대구의 문화예술을 창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현대 대구가 자랑하는 볼거리는 대부분 군소도시에나 적합한 브랜드입니다. 250만 대도시의 문화예술적 브랜드로는 약하다는 것이죠. 대구문화재단과 대구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모두 '브랜드' 만들기에 나서야 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대구문화재단의 '10대 브랜드 사업'을 회의적으로 보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예산 부족'이다. 목표는 거창하나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예산이 없다면 결국 구호만 요란한 사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011년도 '10대 브랜드 사업'을 위한 예산은 7억원이다. 이는 대구문화재단이 지역브랜드 사업공모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2억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기획사업으로 재단이 있는 지자체에 지원하는 1억원, 또 이 두 가지 사업 3억원에 매칭하는 대구시비 3억원을 포함해 대구은행으로부터 지원받는 1억원을 더한 액수다. 실제로 이 돈으로 6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명색이 문화재단을 설립해놓고 진흥기금지원사업만 해야 하느냐?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고 한다면 문화예술사업은 언제까지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일단 사업목표를 세우고 순차적으로 예산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취임 초기 대구지역의 기업문화와 규모를 잘 몰라) 예산 확보 규모가 기대에 못 미쳤다. 서울의 대기업들은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문화예술 후원금을 내놓는 데 반해 대구의 기업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는 단일 기업체의 큰 지원보다 여러 개 업체를 대상으로 주제별로 소규모 메세나 운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재단의 소규모 메세나 운동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후원금 규모를 줄인다고 기업들이 돈을 내놓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대구문화재단이 후원의 대가로 뭔가를 기업에 제시해야 하는데, 자체 공연장도 없고,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수단도 없는 문화재단으로서는 반대급부로 내놓을 게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 음악인은 "이왕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작정했으면 대구시와 문화재단이 예산확보와 브랜드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대구시의 거리공연 따로, 문화재단의 공연 따로, 중앙에 예산 신청 따로, 공연 주최 따로, 회계 따로 식으로는 브랜드를 키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왜 하필 '왈츠의 도시'?

대구문화재단의 10대 브랜드사업과 관련해 대구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생뚱맞게 생각하는 분야가 '왈츠'다. 대체 왈츠가 대구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구문화재단 내부에서조차 왈츠가 대구의 정체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대구가 공연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대구만의 문화예술적 브랜드가 있느냐? '캣츠'나 '맘마미아' 등 공연이 많다고 하지만 그런 공연은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 대구만의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문화예술 소비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실크로드의 시작도 대구고, 그 끝도 대구다. 왈츠는 경쾌한 음악과 더불어 화려한 복장이 특징이다. 대구의 패션 이미지를 높이고, 대구만의 이색적인 공연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왈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예술계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왈츠든, 청년합창단이든 그것을 브랜드사업으로 결정할 때 어떤 토론과 협의가 있었느냐"고 묻고 "토론도 합의도 없었기 때문에 '생뚱맞고 납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브랜드 사업 펼칠 예산을 차라리 지역 예술단체들을 위해 투자하라는 의견에 대해 "브랜드 사업은 나눠주기 식의 예술지원이 아니라 취지와 기준을 정해놓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특정 예술단체가 아니라 특정 주제와 작품에 지원함으로써 예술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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