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 한잔] 취임 한 달 서경희 김천지원장

"부임과 동시에 관내 방문 당연한 일인데 칭찬하더군요"

"부임 후 먼저 관내 기관'단체를 찾아 인사를 건네는 것은 당연하고요. 지역 사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 기관'단체장에게서 직접 얘기를 듣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경희 김천지원장이 28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지원장 부임과 더불어 관내 기관을 방문, 지역 현안 문제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두고 지역민들이 '신선하다'는 평가다. 지금껏 법원'검찰청의 장(長)이 부임해도 통상 기관 방문을 하지 않은 탓에 이 같은 조그만 파격에도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서 지원장은 여성 부장판사다. 그래서인지 항상 최초나 처음이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이번 지원장 취임도 대구고법 사상 처음이요 전국에서도 두 번째다. 사법시험 34회(연수원 24기) 출신인 서 지원장은 여성 법조인이 흔치 않았던 시절 경북대 법대 출신으로 여성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또한 2009년 전국 처음으로 대구지방법원 공보판사를 맡아 여성공보관 시대를 개척했다. 이듬해에는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영장전담 업무를 단독판사에서 부장판사로 상향 조정한 이후 전국 법원 중 여성부장 최초로 부산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일했다. "영장전담 업무가 초기 수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검찰과 직접 대척하며 수사절차를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인 만큼 법원의 영장심사 업무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라고 서 지원장은 말했다.

"요즘 여성 법조인들이 크게 늘어 '선배 여성판사'로서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책임감이 느껴진다"라고 말한 서 지원장은 "법대에 여성들의 진학비율이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법조인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많은 직업과 마찬가지로 법조 영역 또한 여성들의 참여가 당연하고, 또 매우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사회구조와 인식의 변화로 사법시험의 40%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는 마당에 이제 여성 법관이 세삼 얘깃거리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법원 구성원이 남성 위주로 돼 있어 홍일점으로 다소 주목받은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 그러한 인식은 무너져 가고 있다"며 "판사로 일함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본질적인 차이는 될 수 없으나, 사법시험 1천 명 시대를 맞아 여성 법조인들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 판사들이 활동하는 사무분담의 영역 확대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기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서 지원장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조직사회의 구조적 이해나 폭넓은 시각 등에 대한 훈련의 기회가 다소 부족했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심함과 섬세함, 수평적 인간관계를 통한 친밀감의 표현능력 등 장점이 많다" 며 "아직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함이 있지만, 국민의 신뢰를 넘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법원이 될 수 있도록 후배 판사들이 계속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그동안 법원은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여성 판사들이 생활 편의의 점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고 자신이 법원 공보판사로 일할 수 있을 만큼 바뀌었다"며 "뿌리 깊은 조직 내 '술 문화' 등도 많이 달라졌다"고 웃음지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로스쿨 문제나 사법개혁제도 등에 대해 "구체적 사안과 관련한 개인적 견해는 밝히기 곤란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큰 틀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냐"라며 "가능한 합리적 논의를 통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며 법원은 법원 자체의 문제를 넘어 국민들이 어떠한 법원을 가져야 할 것인가의 시각에서 성의를 다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에피소드나 구체적 판결과 관련한 질문에는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며 늘 진지함으로 대응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 판결의 뒷얘기는 적당치 않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말한 뒤 "일부 언론 등에 보도되는 판결의 내용과 관련하여 간혹 너무 흥미위주의 보도로 판결의 본질적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판사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편안한 상태여야 당사자의 말을 잘 경청할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몸 상태가 좋도록 노력하고 있고 조깅, 탁구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서 지원장은 "약간의 긴장감이 삶에 활력이 되기도 한다"라고 자신의 건강관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늘 변한다. 모든 대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고정관념을 줄이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대상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평소 재판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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