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쉬운 수능 시험은 수험생 부담만 키운다

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올해 수능시험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만점자가 1%가 되도록 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했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히자 '쉽게 내겠다는 상징적인 뜻'이라며 한발 물러선 지 한 달여 만이다. 성 원장의 발표 내용은 한 마디로 '물수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2014년부터 중'고등학교의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둘을 합하면 수능과 내신이 모두 변별력을 잃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대학은 현재의 상대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는 상위권 대학들이 등급 간 점수 차를 좁혀 사실상 내신을 무력화시킨 데서도 잘 드러난다. 과거 절대평가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여기에다 수능까지 쉬우면 대학이 요구하는 변별력은 아예 사라진다. 결국 수험생은 수능점수를 잘 받아도 대학별 논술이나 심층 면접까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수능시험과 절대평가 내신은 방향 착오다. 공교육 활성화라는 절대 목표는 버려두고 변죽만 울리는 셈이다. 강제 정책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이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여론 수렴이나 부작용에 대한 대안 없는 정책은 또 실패를 부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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