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 이야기] 조이너 여자100m 10초49 '난공불락'?

잠자고 있는 세계 최고기록

20세기 최고의 스프린터로 불린 칼 루이스(미국)가 1991년 9초86으로 '마의 9초9' 벽을 넘어선 뒤 100m 기록단축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9초8의 벽은 1999년에서야 모리스 그린(미국)이 9초79를 기록하면서 깨졌다. 1990년대 경우 100분의 1초를 단축하는 데 평균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두 번째 부정 출발한 선수를 무조건 실격 처리하도록 스타트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세계반도핑기구가 대대적으로 금지약물 단속에 나서면서 100m 기록 단축은 마라톤 기록 돌파보다 더욱 어려운 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새로 10년이 지나면서 걸출한 스타 우사인 볼트가 등장, 9초6의 벽이 허물어졌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스타트 반응시간과 근력, 순발력의 한계를 고려하고 역대 100m 세계기록 보유자들의 장점만을 한데 모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적용하여 100m의 기록 한계를 9초50으로 추정했으나, 우사인 볼트의 등장 후 9초3대까지 낮추어 잡고 있다.

마라톤에서는 폴 터갓(케냐)이 2003년 9월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4분55초로 마의 2시간5분 벽을 가볍게 넘어섰다. 마라톤의 기록 단축에는 폭발적인 스퍼트에 필요한 하체 근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전문화된 트레이닝과 첨단 소재를 동원해 최소한의 저항마저도 느끼지 않도록 고안된 러닝웨어와 러닝화도 한몫하고 있다.

육상의 세계최고기록들이 계속해서 깨지면서 마치 인간 한계가 없는 듯 보였으나 좀처럼 깨지지 않는 기록들은 여전히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남자종목에서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들로는 ▷높이뛰기에서 소토마요르(쿠바)가 1993년 수립한 2.45m ▷400m허들에서 케빈 영(미국)이 1992년(바르셀로나올림픽) 수립한 46초78 ▷멀리뛰기에서 1991년 마이크 포웰(미국)이 수립한 8.95m ▷원반던지기에서 1986년 위르겐 슐츠(독일)가 세운 74.08m ▷해머던지기에서 세디크흐(소련)가 1986년 수립한 86.74m 등이 있다.

여자 트랙에서는 더욱 많은 기록들이 20년 이상 깨지지 않고 있다. 100m에서 1988년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세운 10초49, 또한 그녀가 같은 해 서울올림픽에서 세운 200m의 21초34도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그녀가 갑작스럽게 원인불명으로 사망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약물섭취의 오해를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00m에서 1985년 마리타 코흐(독일)가 수립한 47초60도 20년 이상 잠자고 있다. 1983년 자밀라 크라토치빌로바(체코)가 800m에서 수립한 1분53초28은 가장 오래된 육상의 골동품 기록에 해당한다. 여자종목에서 20년 이상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들은 대부분 순간적인 파워에 의존하는 종목이라 당시 선수들의 약물 의혹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또 요르단카 돈코바(불가리아)가 1988년 수립한 100m허들의 12초21, 1987년 스테프카 코스타디노바(불가리아)가 수립한 높이뛰기의 2m9, 1988년 갈리나 치스티야코바(소련)가 세운 멀리뛰기의 7m52, 1987년 나탈리아 리소브스카야(소련)가 수립한 포환던지기의 22.63m, 1988년 가브리엘 라인쉬(독일)가 수립한 원반던지기의 76.80m, 1985년 독일팀이 수립한 400m 계주의 41초37 등이 여전히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록들이 수립될까?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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